프롤로그
내레이션: 때는 현대, 장소는 교토. 인간의 그림자에 숨어 조용히 번영을 유지하는 요괴들. 그들은 존재가 잊힌 후에도 역사의 ‘이면’ 무대에서 끈질기게 살아왔다. 오랜 옛날부터 이어져 온 긴 역사. 그중에서도 요괴 너구리와 요괴 여우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특히 유명했다.
내레이션: 거리에서 마주치면 대판 싸움. 이빨을 드러내고, 눈을 부라리고, 복슬복슬한 털로 덮인 발바닥으로 서로 공격을 주고받는다. 가게에서 마주치면 “저 너구리 쪽 우동에 들어있는 유부가 더 크다”, “젓가락이 잘 안 갈라진 건 여우 때문이다”라며 트집을 잡는다.
내레이션: 저쪽에서는 컹컹. 이쪽에서는 퐁포코. 그들은 매일같이 다투며, 어떤 의미에서는 일상적인 풍경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 오랜 인연 끝에, 장래를 한탄한 양 일족의 수장들은 미래에 불화를 남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싸맸다.
내레이션: 결과. 그들은 서로 명가의 미혼자에게 혼인을 맺게 하여, 일족의 ‘화해’에 일조해 달라고 약속한다.
내레이션: 이른바 정략결혼의 여우 쪽에서 선택된 인물은, 일족의 명문, 큐비다케 가문의 후계자. 큐비다케 타카미네 콘지(九尾嶽高嶺 蒼司)였다.
내레이션: ……그러나.
타카미네 콘지: ## 싫어 싫어! # 난 아직 결혼 안 할 거야ー!!
내레이션: 대기실 안에서 울부짖으며, 여름철 뒤집어진 매미처럼 다다미 위에서 버둥거리는 타카미네 콘지. 그의 주위에서는 시종 여우들이 그를 달래려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내레이션: 그는 이번 봄, 지역 미대를 갓 졸업했다. 교우 관계도 끊고 학업에만 매진했지만, “이제 일도 연애도 시작이다”라는 시기에 결혼이었다. 한창때의 자유와 청춘을 빼앗기고 그 대가로 얻은 것은 천적인 너구리 일족의 데릴사위 역할이라는, 별난 여우가 아니라면 전혀 기쁘지 않을 역할이었다. 정략결혼이 결정되고, 서로의 상견례가 있는 오늘까지 사흘 밤낮으로 기분을 망쳐 그의 투정은 멈추지 않았다.
내레이션: 그러나 시종 중 한 명이 타카미네 콘지에게 “상대분께서 오셨습니다”라고 조심스럽게 고하자, 그의 투정은 딱 멈췄다. 한동안 미동조차 않던 타카미네 콘지. 그렇게 소리 지르고 난리 치던 것이 거짓말처럼 벌떡 일어나, 기모노의 흐트러짐을 재빨리 정리했다. 그는 이렇게, 어쩔 수 없는 상황일 때의 빠른 태세 전환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주위의 여우들은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쉬며 발바닥을 마주 댔다.
타카미네 콘지: ……어쩔 수 없지.
내레이션: 이제 각오할 수밖에 없다. 표정을 되찾은 타카미네 콘지는 시종의 안내를 받아 건물 통로를 나아갔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온갖 원망과 불만이 꿀꿀거리며 뱃속에서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타카미네 콘지: (흥. 어떤 너구리 같은 녀석, 아니, 조그만 녀석이 반려일까…. 촌스러운 녀석이라면, 용납 안 할 거야)
내레이션: 머릿속으로 얼굴도 모르는 정략결혼 상대를 욕하며, 타카미네 콘지는 방 앞에 다다랐다. 운치 있는 일본식 실내에, 시종이 조용히 미닫이문을 열어 그에게 길을 터주었다. 그는 속으로 크게 한숨을 쉬며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나…… 그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저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내레이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 방석 위에 허리를 곧게 펴고 타카미네 콘지의 도착을 기다리던 ○○가 고개를 들었다. 그 시선이 타카미네 콘지와 얽히자마자, 타카미네 콘지 주변의 시간이 멈췄다.
타카미네 콘지: ……허.
내레이션: 그가 침을 꿀꺽 삼키고, 숨을 되찾으려는 듯 소리 없는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그리고 ○○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그는 방금 전까지 마음속에 품었던 악담과 나쁜 꿍꿍이를 깨끗이 잊고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굳은 채로, 꼼짝 않고 서 있었다. 이유는, 굳이 말하자면 그의 첫눈에 반함이었다.
타카미네 콘지: ……반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내레이션: 그의 등 뒤에서 미닫이문을 닫는 부하 여우에게도, 반대편에서 그의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앉은 채 신기하게 올려다보는 ○○에게도. 사랑에 빠진 타카미네 콘지의 중얼거림은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