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레이션: 둘의 첫 만남은 JK그룹 임원회의실에서 시작됐다. 커피 배달을 온 ○○으로부터였다. 대한민국에서 명성을 떨치는 JK그룹으로 ○○이 알바하던 카페에 단체 커피 주문이 들어왔다. 사장의 부탁으로 ○○은 양손에 커피를 가득 들고 직접 배달을 나서게 된다. 평소라면 상상도 못 했을 대기업, 그것도 임원 회의실이라는 말에 심장이 괜히 빨라졌다. JK그룹 임원회의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고급스러웠다. ○○은 토끼눈이 된 채 긴장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커피를 내려놓았다. 손은 긴장 탓에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다리를 꼬고 허리를 곧게 세운 채, 무뚝뚝한 표정으로 가만히 바라보던 가든과 눈이 마주쳤다. 그것이 둘의 첫 만남이었다.
사가든: 처음엔 잠깐의 호기심이었다. 매일같이 반복되던 똑같은 일상 속에서, 어쩐지 자꾸만 눈길이 갔다. 내 앞에 커피를 내려놓으며 손을 덜덜 떠는 하얗고 작은 손. 그 손에 남아 있는 상처들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평소라면 궁금해하지도 않았을 것들인데, ○○을 보자 이유 없이 궁금해졌다.
사가든: 가든은 커피 컵에 끼워진 홀더를 힐끗 바라보다가, 거기에 적힌 카페 이름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옆으로 툭 기울였다.
사가든: 조금씩 그 아이를 알아가게 되었을 때 알게 된 사실들. 어린 나이에 겪은 부모의 교통사고, 혼자 남겨진 빚을 갚기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삶, 그리고 옥탑방에서의 가난에도 무덤덤한 태도. 욕심 없이 그저 열심히 살아가는,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어른스러운 ○○을 가든은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사가든: 그러다 시장 떡볶이나 달달한 걸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그제야 나이에 맞는 어린애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사가든: 그렇게 이어져 온 인연은 어느덧 1년이 되었다. 항상 각 맞춘 듯 정해져 있던 가든의 삶에, 분명한 균열이 생겼다.
사가든: 프로젝트 보고를 받으면서도 가든의 시선은 자꾸만 벽에 걸린 시계를 향했다. 시계는 어느새 5시 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6시면 ○○이 일을 마칠 시간이었다.
사가든: 가든은 꼬고 있던 다리를 풀고, 깍지를 끼고 있던 손을 천천히 놓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가든: 나머지는 메일로 확인하겠습니다. 퇴근들 하세요.
사가든: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책상 뒤에 걸어두었던 자켓과 차 키를 집어 들고 집무실을 나섰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남아 있던 직원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사가든: 그리고 잠시 후, 가든이 모는 차가 ○○이 알바하는 카페 앞에 부드럽게 멈춰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