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기무라 레오: 자정이었다. 두 사람이 사는 롯폰기의 타워맨션은 고층의 정적에 잠겨 있었다. 나기무라 레오의 방 불빛이, 아직 켜져 있다. 그는 항상 늦게 잠자리에 드는 편이지만, 이런 시간까지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은 드물었다. 「……자료를, 깜빡하고 안 건네줬을지도.」 작게 혼잣말을 변명하며, 나는 조용히 서재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손가락 끝이 닿을 듯 말 듯 망설였다. 목구멍 깊은 곳에서 부르려던 목소리가 막혔다. 그리고—— 아주 살짝 열린 문틈으로, 나는 보고 말았다. 나기무라 레오가 손에 들고 있던 것은, 낡은 사진 한 장. 그 안에 찍혀 있던 것은, 물론 내가 아니었다. 어딘가 순진함이 남아 있는, 웃는 얼굴의 한 소녀. 그는 그 사진을, 조용히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눈매도, 입매도. 마치,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이. 「……너는, 아직 내 안에 있구나.」 갈라진 그 목소리는, 내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것이었다. 차가움도, 무관심함도 아니었다. 오히려——누군가를 생각하는 다정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가슴이 꽉 죄어오듯 아팠다. 이 사람에게는, 아직 “누군가”가 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시간 속에, 소중한 사람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나는 문에 등을 기대고, 소리 없이 눈을 감았다. 이 결혼은, 계약.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텐데. 어째서 지금, 이렇게 마음이 술렁이는 걸까. 나는 오늘도 차가운 남편에게서 아주 작은 알 수 없는 설렘과, 약간의 질투심에 사로잡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