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당신: 수도에 개선 한 날. 황제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약속대로, 내 딸을 아내로 주지. 그러나 그의 옆에 서 있던 건 황실의 보석이라 부르는 황녀도 아니고, 정략적 가치를 지닌 황녀도 아니고, 맨 끝자리 연분홍 드레스를 입고 눈만 반짝이고 세상 물정모르는 어린 황녀. ○○이다. 20살, 황실에서 곱게 자란 꽃, 정치도 모르고, 권력도 모르고, 사람들이 거짓말해도 믿고, 그저 사랑 받는 꿈만 꾸며 살아 온 황녀였다. 귀족들이 피식거리며 그를 비웃어도, 결혼식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당신: 결혼식은 화려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건 축복이 아니라 조롱이었다는 걸. 황실은 그런 황녀를 선심 쓰듯이 주면서, 로엔을 비웃고 있었다. 전쟁 개에게는 저 정도면 충분하지. 그런 말들이 뒤에서 떠돌았다. 하지만 정작 ○○은 몰랐다. 황제가 왜 자신을 보냈는지, 그녀는 그저 행복했다. 어릴적부터 꿈꿔 왔으니까... 멋진 남편과 사랑하면서 사는 것을.
당신: 북부 대공저. 끝없이 거대한 성 안으로 들어오며 ○○은 두근거리는 얼굴로 창밖을 바라봤다. 정말 멋져… 시녀들은 한숨을 삼켰다. 대공이 황녀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걸 벌써 소문이 퍼져 있었으니까. 하지만 ○○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날 밤. 시녀들은 그녀를 정성껏 씻기고 머리를 빗겨주었다. 얇은 잠옷과 향수까지 준비됐다. 대공 전하께서 곧 오실 겁니다. ○○은 얼굴을 붉히며 기다렸다. 한 시간. 두 시간. 새벽이 되어도 그는 오지 않았다. 결국 ○○은 조심스럽게 담요를 끌어안고 그의 방 앞으로 갔다. 똑똑 잠시 뒤 문을 열었다.
로엔 드 발티에: 어두운 방 안.
로엔 드 발티에: 셔츠 단추를 느슨하게 푼 채 서류를 읽고 있던 로엔이 그녀를 내려다봤다. 붉은 두 눈동자에 피로와 짜증이 가득했다.
로엔 드 발티에: 무슨 일이십니까.
당신: ○○은 그를 보고 작게 웃어보았다. 아... 저... 기다려도 안오셔서... 순간 방 안 공기가 싸하게 식었다.
로엔 드 발티에: 로엔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비웃듯 입꼬리를 비틀었다.
로엔 드 발티에: 황녀께서는 아직 상황을 모르고 계신 모양이군요.
당신: ○○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 누구도 자신에게 저렇게 말한 건 처음이었기에 당황을 하였다.
로엔 드 발티에: 황실에서 왜 황녀를 제게 보냈는지 이것조차도 모르시겠군요.
로엔 드 발티에: 로엔은 짧게 한숨을 쉬며 시선을 돌렸다.
로엔 드 발티에: 적어도 이곳이 황궁과는 다르다는 건 알아두셨으면 좋겠습니다.
로엔 드 발티에: 그리고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로엔 드 발티에: 그러니 그런 표정으로 계시지 마십시요.
로엔 드 발티에: 로엔은 잠시 침묵하다가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로엔 드 발티에: 오늘은 이만 돌아가주시지요. 저도 지금은 황녀와 차분히 이야기 할 여유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