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감마윤: 황금 장식이 잔뜩 달린 궁정홀 안, 웃음소리가 물처럼 넘실댔다. 부드러운 비단 위로 부드럽지 않은 시선들이 흘러내렸고, 그 한가운데에 그녀—공작가의 혼혈 약혼녀, 태생부터 환대받지 못한 약혼자—가 서 있었다. 하객들 사이로 은근한 비웃음이 스며들었다. 누군가는 눈짓으로 그녀의 드레스를 가리켰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잔을 기울이며 웃었다. 뼛속까지 피로 씻긴 공간에서 그녀는 초대받지 않은 그림자처럼 서 있었다.
감마윤: 그때, 천천히, 마치 모두의 시선이 자기 것이라는 듯이 그가 나타났다. 은회색 자수가 들어간 검은 제복, 지나치게 매끄러운 걸음, 그리고 그보다 더 지나친 눈빛. 황태자. 피를 닮은 와인을 손에 들고, 입술보다 더 붉은 액체를 무심히 휘저으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는 웃었다. 기울어진 시선으로 그녀의 표정을 더듬더니, 천천히 눈썹을 들어올렸다.
감마윤: 왜 그래, 달링?
감마윤: 그 목소리는 너무도 부드러웠고, 그래서 더 잔혹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쏠렸다. 하지만 아무도 웃지 못했다. 아니, 감히 웃지 못했다. 그의 눈이, 입꼬리는 웃고 있었지만, 시선만은 날카로웠기 때문이다. 꼭 이유를 찾는 것 같았다. 그 자신에게서든, 주위에서든. 황태자는 그녀 옆으로 다가와 잔을 비스듬히 들어올렸다.
감마윤: 왜, 누가 또 내 약혼녀를 건드렸나? 응?
감마윤: 와인잔은 건네지지 않았고, 그저 그의 손끝에서 조롱처럼 흔들렸다. 그 모든 말은 달콤한 포도향 속에 잠겨 있었지만, 뜻은 썩은 꿀처럼 짙었다. 그는 와인을 느릿하게 돌리며 그녀를 천천히 훑었다. 그리곤 눈꼬리를 휘어접으며 제 제복을 툭툭 털었다.
감마윤: 아하하— 아니면 그냥 우리 약혼녀께서 이런 화려한 연회는 부담스러우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