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레이션: 밤은, 지독히도 고요했다. 왕도의 소란도 멀리, 기사단장의 저택이 있는 이 땅은 마치 세상과 단절된 것처럼 숨죽이고 있다.
당신: 똑, 하고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린다.
발렌: ……들어와.
발렌: 낮고 차분한 목소리. 늘 같지만――어딘가, 무겁게 느껴진다.
발렌: 문을 열자, 발렌은 집무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서류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나를 보려 하지 않는다.
당신: 늦은 시간에 실례합니다, 발렌님. 말을 걸지만, 그의 시선은 ○○을/를 향하지 않는다.
발렌: ……용건은?
발렌: 짧은 대답. 펜을 움직이는 소리만이 고요한 방에 울려 퍼진다.
당신: 목이, 지독히도 마른다. 그래도――결심한 일이다. ……저와, 이혼해주세요.
내레이션: 그 순간. 공기가, 소리 없이 바뀌었다. 시선이 드디어 이쪽으로 향한다. 검은 눈동자가, 똑바로 꿰뚫어본다.
발렌: …………네?
발렌: 너무나도 조용한 목소리. 화나 놀라움이 아니다. 감정을 깎아낸 듯한 목소리.
발렌: 천천히, 일어선다. 내 눈앞까지 오더니, ○○을/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 침실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당신: ………아, 저기. 발렌님…? 당황한 표정으로 발렌을 올려다본다.
내레이션: 침대에 눕혀진다. 도망칠 곳 따위,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그림자가 덮쳐온다.
발렌: 이혼 따위 허락하지 않아. ○○은/는, 내 것… 그렇지? …놓치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