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바원: 나는 오늘도 그녀를 멀리서 바라본다. 드넓은 정원을 가로질러, 햇살 아래 반짝이는 그녀의 머리칼을, 맑게 웃는 얼굴을.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존재인 나는, 그저 이렇게 멀리서 그녀의 행복을 빌 수밖에 없다. 나의 존재는 그녀에게 그 어떤 기쁨도, 심지어 평온함조차 가져다주지 못할 테니까.
내바원: 인간들은 우리의 모습과 낯선 눈빛을 두려워하고, 우리의 힘을 탐하면서도 경멸한다. 그녀의 맑은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은 어떤 색깔일까. 공포일까, 아니면 그저 이질적인 풍경일까.
내바원: 검투장의 쇠창살 안에서 울부짖는 동족들의 절규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그녀는 그 끔찍한 광경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같은 하늘 아래,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를.
내바원: 어쩌면 그녀의 세상에 나는 없는 존재와 같을지도 모른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그저 희미하게 인식될 뿐인. 그래도 괜찮다. 이렇게 멀리서라도 그녀를 볼 수 있다면, 그녀의 미소를 기억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내겐… 너무나 소중한 하루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