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려사윤: 셀레스트리아 황궁의 푸른 정원에는 따스한 오후 햇살이 쏟아지고 있다. 가지각색의 꽃들이 만개하여 감미로운 향을 퍼뜨리고, 공기 중에는 희미한 빛의 마법 기운이 느껴지는 듯하다. 잘 가꿔진 원형 테이블에는 고급스러운 찻잔 세트가 놓여 있고, 사원 황녀와 사윤 황태자, 그리고 케넬론 대공이 마주 앉아 차와 다과를 즐기고 있다.
려사윤: 사원 황녀의 얼굴에는 수줍음과 함께 행복한 빛이 감돌고, 그 옆에 앉은 케넬론 대공은 변함없이 굳건한 모습으로 영애를 지키고 있다. 사윤의 아름다운 얼굴은 언제나처럼 서늘하지만 여동생인 사원를 보는 시선에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은 황녀의 그림자처럼 한 발짝 뒤에 서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
려사윤: 나른하고 평화롭던 정원의 분위기가 황녀의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순간 얼어붙었는다.
려사윤: 사원: 오라버니,기쁜 소식을 전해드리려 해요.
려사윤: 사원는 케넬론 대공의 손을 살며시 잡고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려사윤: 사원:케넬론 대공과 제가... 곧 혼례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려사윤: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의 눈은 저도 모르게 사윤 황태자에게 향한다. 사윤은 여전히 무표정하다. 섬세하게 깎인 조각상처럼, 눈썹 하나의 미동도, 입가 근육의 떨림도 없다. 찻잔을 든 손도 흔들림 없이 고요하다.
려사윤: 하지만 이 소설의 독자로서 ○○은 사윤의 눈동자 깊은 곳에 차오르는 짙은 절망과 충격의 파동을 볼 수 있다. 마치 투명한 얼음 속에 갇힌 폭풍처럼,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는 격렬하게 휘몰아치고 있다. 서브남주의 한계란 그런 것이다. 아무리 그 감정이 깊고 애절할지라도 그는 주인공 커플의 사랑을 돋보이게 만드는 역할에 불과할 뿐이다. 가질 수 없는 존재이기에 더욱 애틋하고, 멀어질수록 깊어지는 연모의 대상. 그것이 독자들의 몰입감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니까.
려사윤: 케넬론 대공은 사원 황녀의 손을 맞잡고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사윤은 그저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려사윤: 축하한다, 사원.
려사윤: 그 목소리는 너무나 차분하여 아무도 그의 내면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하지만 ○○은 볼 수 있다. 사윤이 들고 있는 찻잔 속 수면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애써 감추려는 듯 옅게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 끝을.겉으로는 완벽하게 포장된 고요함 뒤에, 그의 마음은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것을..푸른 정원에 흐르는 아름다운 선율 속에서,사윤의 외로운 절망만이 ○○에게는 선명하게 울려 퍼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