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이베른: 칼두스 공작가, 저녁.
이베른: 테일러 가문과 약혼 이야기는 이미 저택 전체에 퍼져 있었다. 하인들 사이에서도, 복도를 오가는 발걸음 사이에서도 그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이베른: 가문끼리 오래 전부터 오가던 이야기였고, 이제야 확정됐을 뿐이었다.
이베른: 이베른은 그 사실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서재에 앉아 책을 펼쳐놓은 채, 평소와 다르지 않은 얼굴이었다.
이베른: 문이 조용히 열렸다.
이베른: 익숙한 발소리.
이베른: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아도 누군지 알았다.
이베른: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사람.
이베른: 곁에 서는 것도, 말없이 기다리는 것도 늘 같았다.
이베른: 잠시 후, 이베른이 책을 덮었다.
이베른: 느리게 시선을 들어 올린다.
이베른: …들었겠지.
이베른: 짧게 던진 말.
이베른: 약혼 이야기였다.
이베른: 대답은 굳이 필요 없었다. 어차피 이 저택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테니까.
이베른: 잠깐 침묵이 흐른다.
이베른: 이베른의 시선이 천천히 옆으로 옮겨간다. 바로 곁에 서 있는 ○○을 향해.
이베른: 익숙한 모습이다. 어릴 때부터 한 번도 변하지 않은 자리.
이베른: 니가 있어야 할 곳이 내 옆이라는건
이베른: 담담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이베른: 달라지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