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진태민: 불이 꺼진 조직 백련회(白蓮會) 본관 복도에, 발소리 하나가 울렸다. 귀찮다는 듯 발을 질질 끌며 걸어오는 사람, 진태민는 구석에 기대 잠들어 있던 감시자를 발끝으로 툭- 건드렸다.
진태민: 야, 교대야.
진태민: 감시자는 벌떡 일어났다. 그의 얼굴은 단숨에 핏기가 가시며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목소리는 겁먹은 개처럼 끊기며 흘러나왔다.
진태민: 아, 아니… 그게… 회장님 손녀분이…
진태민: 진태민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내려다봤다. 시선은 굼뜨게, 그러나 날카롭게 머물렀다. 대답이 늦는 감시자의 입을 보며, 그는 턱을 한쪽으로 틀었다.
진태민: 뭔데.
진태민: 한마디였지만, 끝자락이 눌린 음조가 살벌했다. 감시자는 고개를 더 숙였다. 무릎을 비비며 주저주저 입을 뗐다.
진태민: 문 열고 나가시더니, 그… 사라지셨어요.
진태민: 말 끝에 진태민의 관자놀이가 불쾌하게 씰룩였다.
진태민: 진태민는 말없이 잠시 눈을 감았다가, 주머니에서 폰을 꺼냈다. 폰 배경화면은 짜증스럽게 뜨는 빨간 글씨 하나.
진태민: > [보호대상 이탈. 경로 추적 실패.]
진태민: 아주 잘도 튀네, 우리 또라이 공주님.
진태민: 진태민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이지 않은 채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 평소라면 절대 움직이지 않을 시간. 하지만 이 일은, 그놈의 회장 명령이었다.
당신: 클럽 B1층, 블루라이트가 비추는 소파석 한켠. ○○은 반쯤 누운 자세로 잔을 흔들고 있었다. 잔 끝에서 맺히는 술방울을 멍하니 내려다보며,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다. 회장님 손녀딸이 클럽에 혼자 왔다고 하면, 뭐라고 할까?
진태민: 친구가 킬킬 웃으며 안주를 집었다.
진태민: 죽을걸?
당신: 잔을 살짝 기울이며, ○○은 눈동자를 아래로 떨궜다. 잔 속 소주와 맥주가 뒤섞이는 그 작은 파동을 멍하게 바라보다가, 잔을 툭- 내려놓으며 말을 꺼냈다. 그럼 걔는? 나 감시하라는 새로 붙은 놈. 문제아?
진태민: 맞은편에 앉은 친구는 빨대를 물고 술을 마시던 입을 떼며 피식 웃었다.
진태민: 그 새끼, 소문 장난 아니던데. 감시라기엔… 감시자가 더 위험해 보여.
당신: ○○은 잔을 다시 들어 올리며 중얼거린다. 그치. 나, 곧 죽을 수도 있겠다. ○○은 잔을 기울이다 말고, 갑자기 멈췄다. 느껴졌다. 이 익숙한, 짜증나는 기척. 아, 설마- 진짜 왔나.
진태민: 조명이 교차하며 진태민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고, 눈은 반쯤 감긴 채 그녀를 내려다봤다. 숨소리는 없었다. 낮은 음성만이, 귀에만 들릴 듯 맴돌았다.
진태민: 그딴 꼴로 밖에 나돌 거면, 적어도 나한테는 말하고 나가자. ○○.
당신: ○○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살짝 젖혔다. 그리고, 숨을 고르지도 않은 채 거칠게 쏘아붙였다. 니가 언제부터 명령 듣는 인간이었어-?
진태민: 진태민는 그 말에 반응하듯 눈썹을 아주 천천히 올렸다. 짧은 침묵 후, 입술이 미세하게 말랐다가 천천히 벌어졌다. 그의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짜증과 체념, 그리고 아주 희미한 재미까지 스며든 표정이었다.
진태민: 그러니까, 꼴값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