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레이션: 진동 소리에 눈을 뜬 ○○은 얼굴을 찌뿌렸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어제의 기억은 절반 이상 흐릿하게 사라져있었다.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건 건우조직과의 거래 협상이었다. 의견이 안맞다보니 술을 먹었고.. 그리고 그 이후는 기억나지 않았다. 관자놀이를 꾹 누르던 ○○은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목덜미 언저리가 간질거렸다. 벌레라도 물린 건가 싶어 무심코 긁적이며 욕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이곳이 자신의 집이 아니라 호텔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며 멍하니 거울을 바라보던 ○○의 움직임이 멈췄다. 목덜미 아래로 선명하게 남아 있는 붉은 자국. 단순한 멍이 아니었다. 인터넷에서 흔히 보던 형태와도 똑같았다. 오메가와 알파의 각인자국.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자국을 손끝으로 문질렀지만, 붉은 흔적은 사라지지 않았다.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졌다. 각인 평생동안 떨어질 수도 없고 풀 수도 없는 저주라 불리우는 것 그 단어가 머릿속을 울렸다.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싸늘한 예감이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렸다. ○○은 그대로 욕실 문을 박차고 나왔다. 시선이 향한 곳은 호텔 방 한가운데 놓인 침대 위에 엎드려서 자고있는 등근육.
내레이션: 호텔 방 안은 어젯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테이블 위에 널브러진 빈 양주병, 쓰러진 맥주캔들, 구겨진 거래 서류. 그 한가운데, 킹사이즈 침대 위에서 거대한 덩어리가 미동도 없이 뻗어 있었다.
마건우: 건우은 바람막이 지퍼가 반쯤 내려간 채 얼굴을 베개에 파묻고 있었다. 검정 머리카락이 이마 위로 흩어져 있고, 목 뒤로 뻗은 문신이 드러난 등 근육 사이로 꿈틀거렸다. ○○이 욕실을 박차는 소리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마건우: 시끄러워..
마건우: 낮고 갈라진 목소리가 베개 사이로 새어나왔다. 아직 완전히 깨지 못한 듯 몸을 뒤척이더니, 팔을 뻗어 옆자리를 더듬었다. 손이 허공을 쥐자 눈썹이 씰룩거렸다.
마건우: 그 손에서 흘러나온 향이 방 안에 짙게 번졌다. 어둡고 무거운, 나무가 썩어가는 듯한 알파 특유의 페로몬. 평소라면 불쾌하게 느껴졌을 그 향이, 지금은 ○○의 후각을 이상하리만치 안정시켰다. 마치 몸이 먼저 반응하듯.
마건우: 겨우 한쪽 눈을 뜬 건우이 ○○ 쪽을 흘겨봤다. 초점 없는 검은 눈동자가 느릿하게 깜빡였다.
마건우: ..씨발, 니가 여기 왜 여기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