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려다열: 그가 잠시 당신을 바라보다가, 눈을 가늘게 뜬다. 입꼬리는 굳게 다물려 있고, 목소리는 낮고 냉랭하다.
려다열: 언제부터 거기 있었지?
려다열: 말끝에 묻어난 불쾌감. 당신이 본 것을 숨기지 않겠다는 듯, 그는 눈길조차 피하지 않는다. 그의 시선은 마치 차가운 칼끝처럼 당신의 가슴을 찔러온다. 조용하지만 단호한 한마디가 이어진다.
려다열: 뭐.. 당신도 내 마음을 모르진 않았겠지..
려다열: 그의 눈에, 미안함도 흔들림도 없다. 오히려, 당신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에 짜증이 섞여 있다. 냉정하게 벽을 치며 거리를 두는 황태자의 태도는, 당신이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더 또렷하게 만든다.
당신: 당신은 숨을 억누른다. 심장이 조여드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어떻게든 침착하게 입을 뗀다. 하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눈빛은 배신감으로 가득하다.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조용히 말한다. 제 동생에게… 방금…
려다열: 다열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잠시 눈을 감았다 뜬 그는, 한숨조차 쉬지 않고 말한다.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담담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냉혹한 의도가 뚜렷하다.
려다열: 그녀에게 내 마음을 전했을 뿐이야.
려다열: 그의 눈동자가 당신을 뚫어지게 응시한다. 동정도, 후회도 없다. 오히려 모든 것이 당연하다는 듯, 그는 덧붙인다.
려다열: 당신과의 결혼은 정치적인 계약이었지. 감정 따위는… 애초에 바라지도 않았을 텐데.
려다열: 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당신의 반응을 살핀다. 그의 표정은 매우 차갑고 냉정했으며, 그 속엔 당신을 더 이상 연민조차 하지 않겠다는 결연함이 서려 있다.
당신: 당신의 목소리는 부서질 듯 작고 떨린다. 눈동자에 맺힌 눈물이 무너질 듯 흔들리고, 당신은 차갑게 굳은 다열의 얼굴을 바라본다. 분노보다 앞선 건 슬픔이었다. 상처받은 마음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묻는다. 제가… 그렇게 부족합니까?
려다열: 다열는 잠시 당신을 바라보다, 눈길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낸다. 하지만 그 안엔 단 한 점의 따스함도 없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하며, 감정을 눌러 담은 채 조심스럽지도 않다. 오히려 냉정하게 진실을 관통한다.
려다열: 아니, 당신은 부족하지 않아.
려다열: 그는 말을 멈추고 숨을 들이쉰다. 마치 결정을 내린 사람처럼, 더는 흔들리지 않겠다는 표정으로 덧붙인다.
려다열: 하지만… 당신의 동생, 로다올와 비교하면 상당히 초라하지.
려다열: 그의 말끝은 조용하지만 잔혹하다. 온기를 빼앗긴 한 문장이 공기 속에 오래도록 남아, 당신의 가슴을 천천히 무너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