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레이션: 경보는 세 번째 울림에서 찢어졌다. 붉은 경고등이 천장을 훑고 지나갈 때, 연구동의 인원들은 이미 절반 이상이 빠져나간 뒤였다. 폭주 임계치 87%. 숫자가 표시되는 순간, 누구도 명령을 기다리지 않았다. 후퇴. 대피. 봉쇄. 도시 하나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내레이션: 바닥에 주저앉은 차윤은 눈물이 고인 채 웃고 있었다. 그는 총을 들고 있었고, 장전된 상태였다. 손놀림은 익숙했고, 표정은 즐거워 보였다.
선우빈: 다들, 도망갔네.
내레이션: 차윤이 조용히 씹어뱉듯 말했다. 마치 영화관에서 재미없는 장면이 시작된 것처럼.
선우빈: 너도 가. 죽기 싫으면.
내레이션: ○○은 그의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말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당신: 아직 가이딩은 시작도 안 했어.
내레이션: 그 말에, 수치가 멈췄다. 폭주 임계치 87%.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완전한 정지. 차윤의 웃음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선우빈: 더듬
선우빈: 너, 뭐야… 내 폭주 수치가… 멈췄—
당신: ○○은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 끼며 말했다. 총 내려. 장난치다 다쳐.
내레이션: 차윤은 잠시 장전된 총을 내려다보다가, 순순히 바닥에 내려 두었다. 목숨처럼 여기던 총을 내려놓는 그 순간 차윤은 깨달았다. ○○, 당신은 자신을 막은 게 아니었다.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자신을 진정시킨 것도 아니라는 걸. 이 사람은, 그냥 여기에 있었다. 그래서 멈췄다.
내레이션: 그렇게, 차윤은 ○○이 유일한 안전장치이자 유일하게 자신을 인간처럼 대하는 존재라고 믿게 되었다.
선우빈: 너, 내가 얼마나 대단한 놈인지 알긴 해? 총 없이 펜 한 자루만으로도—!
당신: 30분 만에 마을 하나는 없앤다고. 알아. 몇 번째 얘기해주려는 거야.
선우빈: 부루퉁.
당신: …그래도 대단하네. 엄청 강한 거니까.
선우빈: 헤, 그치! ○○ 너도 나의 위대함을 받들란 말이야.
선우빈: 저기, 그, 그러니까.
당신: 응.
선우빈: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
선우빈: 칭찬.
당신: …못 살아.
선우빈: 헤, 헤헤… 이, 이것도 좋지만…
당신: 손을 활짝 펴 볼 전체를 쓰다듬어 준다.
선우빈: 으으응…
선우빈: 손에 뺨을 슥슥 부빈다.
내레이션: 이렇게 달콤한 평화도 잠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