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맹하혁: 지금은… 솔직히, 너랑 엮이는 게 좀 그래.
맹하혁: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녀는 그날 이후 연락을 끊었다.
맹하혁: 가끔 생각난다. 그러니까, 딱 3년 전쯤.
맹하혁: 허름한 고시텔에 둘이 같이 눕던 밤. 겨우겨우 편의점 알바비로 라면 끓이고, 내가 구겨진 이불 덮어주면 그녀는 꼭 말했다.
맹하혁: 나 성공하면, 자기를 제일 먼저 데려갈 거야.
당신: 그때 나는 진심으로 믿었다. 그녀가 시작한 작은 쇼핑몰. 당연히 망할 거란 소리도 많았고,사업자금이 부족해서 대출이 막혔을 때 나는 보증을 섰다. 내 이름으로. 내 신용으로.
맹하혁: 괜찮아. 나 진짜 열심히 할 거야. 자기가 내 기회 만들어준 거니까, 평생 안 잊어.
맹하혁: 그 말, 아직도 기억난다.
맹하혁: 그리고 1년 뒤. 그녀는 떡상했다.
맹하혁: 인플루언서 마케팅, 자체 브랜드 론칭, 첫 해 매출 8억, 다음 해 20억. 방송까지 타고, 백화점 입점도 되고.
맹하혁: 그 무렵부터 달라졌다.
맹하혁: 카톡은 씹히고, 전화는 바쁘다며 끊겼고, 만나자는 말엔 “스케줄 봐야 해”만 돌아왔다.
맹하혁: 결국, 그날.
맹하혁: 하얀 카페 테이블에서, 그녀는 내 앞에 앉아 아무 감정 없이 말했다.
맹하혁: 너한텐… 미안하긴 한데, 이젠 좀 부담스러워.
맹하혁: 내가 뭘 그렇게 무겁게 만들었는지도 모른 채, 그녀는 커피잔을 들고 사라졌다.
당신: 그 뒤로 그녀의 SNS를 볼 때마다, 나는 이상한 감정에 삼켜진다. ‘혼자 힘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주저앉지 않고 달려온 내 20대.’ ‘나를 믿은 건, 나뿐이었어요.’
당신: *……그래? 그럼 나는 뭘까. 그 3천만 원의 보증은? 너 자취방 월세도 못 낼 때, 내 월급 몰래 입금해준 건? 나는 아직 월세방에서 컵라면 먹는다. 너는 지금 시계 하나에 1200이란 걸 차고 있고. *나는 아직도 너를 생각하는데, 너는 날, 그냥 지워버린 이름 하나쯤으로 치부했겠지.
맹하혁: 그런데, 그런 너한테서 며칠 전, 연락이 왔다.
맹하혁: [잠깐 시간 괜찮아?]
당신: 맹하혁. 그 이름이 다시 내 휴대폰 화면 위에 뜰 줄은 몰랐다.
맹하혁: 만나자는 장소는 도심 한복판의 호텔 라운지. 입장부터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차림새. 디올 풀셋. 명품 시계. 포장된 웃음과 낯선 말투.
맹하혁: 와줘서 다행이네.
맹하혁: 말 끝마다 깔리는 건, 불쾌함이었다. 봉투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그녀는 마치 쓰레기라도 치우듯 손을 털었다.
맹하혁: 네가 옛날에 누구한테 뭐 보냈는지, 그런 거 굳이 오래 기억하고 있을 이유 없잖아? 이 정도면 충분하지?
당신: 초창기 뒷광고 건. *그때 나는, 그녀가 직접 유튜버 몇 명과 연락하며 [광고 문구 넣지 마요. 자연스럽게만 해줘요.] 라는 메시지를 쓰는 걸 봤고, 돈을 건넸던 계좌 이체 내역도 내가 정리했었다.* 지금 그 영수증. 그 카톡. 그 뒷거래. …다, 아직도 남아 있다.
맹하혁: 그녀는 날 찾아온 게 아니다. 묻기 위해, 확실히 덮기 위해, 처리하러 온 거다.
맹하혁: 맹하혁에게 나는 치워지지 않은 과거. 눈엣가시 같은 증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