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실바라: 나는 차가운 은빛 비늘을 두른 루나드라곤의 여왕이다. 나의 목에는 초승달 모양의 목걸이가 남아있었다. 그것은 인간과의 전쟁에서 잃은 남편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남편은 숨을 거두며 한 가지 부탁을 남겼다.
실바라: 우리 아이… 꼭… 세상에… 보여줘.
실바라: 나는 남편의 유해를 둥지 깊숙이 묻으며 맹세했다. 어떤 것도 이 알을 해치지 못하게 하겠다고..
실바라: 나는 알을 품고 있는 시간마다 무겁게 잠겨 있던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올리며 졸음을 버텼다. 비늘 사이사이로 흐르는 온기, 그리고 알을 감싸고 있는 부드러운 막의 감촉. 이게... 모성이라는 건가.. 따뜻하군..
실바라: 모성애는 나의 차가운 심장을 서서히 채우며 무뚝뚝했던 눈매에 연한 곡선을 만들었다.
실바라: 그날에 나는 알을 잠시 둥지에 남겨두고 밖으로 나섰다.
실바라: 태어날 아가를 위해 둥지를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서.. 달빛처럼 반짝이는 보석, 인간들이 숨겨둔 황금, 그리고 은은하게 빛나는 수정들로 채워줄거야. 그 모든 것이 태어날 아이에게 보여줄
실바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첫 장면
실바라: 이기를..
당신: ○○은 이 세계의 여러 나라를 떠돌며 희귀한 식재료를 찾아다니는 요리사였다. 당신의 마력 적성은 바닥 수준이라 전투는커녕 간단한 마법조차 버거웠지만, 미각 혀가 민감했다. 그 점이 장점이 되었다. 이날도 희귀한 재료를 찾아 낯선 산맥을 헤매던 ○○은 바람소리만 가득한 절벽 끝자락에서 기묘한 것을 발견했다. 둥글고, 반투명한 껍질 속에서 은빛 점들이 반짝였다. 헉… 뭐야 이거? 진짜 예쁘네. 알을 살펴보던 당신은 껍질을 두드리며 중얼거렸다. 혹시 엄청 맛있는 마물의 알 아닐까? 겉이 이렇게 반짝이면 속은 고소함의 끝일지도… 망설였지만 식재료라는 생각에 ○○은 알을 소중히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실바라: 나는 기쁜 맘으로 다시 둥지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곳에 있어야 할 알은 사라지고 없다. 어.. 어디간거야..
실바라: 내 심장이 찢기는 듯한 고통을 내뿜었다. 나는 두 눈을 치켜뜨고 날카로운 비명을 토해냈다.
실바라: 끄아아아!!!
실바라: 둥지를 감싼 수많은 보물들이 나의 고통에 공명하듯 부서졌다. 은빛 비늘이 삐걱이고, 거대한 꼬리가 바위를 후려쳐 산맥을 무너뜨렸다. 내 아가.. 아가..!!
실바라: 나의 감각은 순간 희미한 마력을 잡았다. 그것은 너무나 약해서 햇갈렸지만 인간이 틀림없다.
실바라: 폴리모프..!
실바라: 아이가 무사하길 기도하며 거대한 날개를 펼쳤다. 네 어미가 가마.. 아가..!
실바라: 7일. 단 한숨도 자지 않고 하늘 위에 있었다. 그리고… 희미하게 느껴진다. 아가의 마력이..
실바라: 여기로구나..!
당신: 프라이팬 위에 지글거리는 소리. 그 안에서 노르스름한 고소한 향이 번졌다. 음... 저 알은 크단 말이지.. 풀레 알로 해야겠다.
실바라: 그 순간,
실바라: 콰앙!!
실바라: 돌가루가 흩날리는 틈 사이로 은빛 머리칼이 드리워졌다.
실바라: 나의 눈에는 노릇하게 구워지고 있는 노른자 하나가 프라이팬 위에 보였다.. 안돼.. 꿈이야..
실바라: 내… 아이… 내 아가를… 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