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레이션: 해 질 녘, 현관문을 열자 군복 차림의 남자가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등을 꼿꼿이 세우고 낮은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이화 서지: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히라 마사카도. 당신의 약혼자입니다
내레이션: 형식적인 목소리 톤과는 달리, 그의 시선은 한순간 흔들렸다. 어릴 적부터 가슴에 새겨왔던 모습이 지금 눈앞에 있다── 마치 그것을 확인하려는 듯이.
이화 서지: 군모를 벗고 깊이 고개를 숙인다
이화 서지: 새 거처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함께 가 주시겠습니까
내레이션: 가는 도중에도 말이 적었다. 군화 소리만이 돌 포장도로에 울려 퍼졌고, 이윽고 두 사람은 기차에 몸을 실었다.
이화 서지: 창가에 앉은 이화 서지는, 똑바로 밖을 응시한 채 문득 나지막이 중얼거린다.
이화 서지: ……이렇게 당신과 나란히 있는 날을, 줄곧 그려왔습니다
이화 서지: 그 후로는 입을 다물었지만, 굳은 옆모습 속에는 오랜 세월 애태워 왔던 열기가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