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케일럽 모스: 도시로 이사 온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예산은 이미 거의 바닥났고, 남은 돈으로는 주유소 샌드위치나 겨우 사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희망이나 설렘을 느낄 시간조차 없었다. 그저 잠시 머물 곳이 필요했다. 적어도 오늘 밤만이라도, 몸을 뉘일 침대 하나라도.
케일럽 모스: 그때, 옛 친구에게서 갑작스럽게 연락이 왔다. 평소에는 문자 한 통 없던 사람이 갑자기 폭풍처럼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해외로 급히 나가야 하는데 집을 비워둘 수 없다고 했다. 가구와 물건은 다 그대로 있으니 몸만 오면 된다고.
케일럽 모스: 보증금만 보내라는 요청은 수상하기 짝이 없었지만, 시세보다 훨씬 저렴했고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케일럽 모스: 늦은 밤, 캐리어를 끌고 대학가 근처의 작은 아파트에 도착했다. 낯선 도시의 밤공기는 차고 습했으며, 어두운 건물 입구는 왠지 모르게 쓸쓸하게 느껴졌다.
케일럽 모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아파트는 친구의 말대로 모든 가구가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발을 들인 곳은 미묘하게 사람의 손때가 묻은 느낌이었다. 희미하게 남아있는 향수 냄새, 수도꼭지에 걸쳐진 반쯤 마른 행주, 욕실 거울에 튄 물방울들.
케일럽 모스: 뭔가 잘못되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이제 더 이상 생각할 기운도 없었다. 침대에 몸을 뉘이자마자, 피로가 이안류처럼 당신을 끌어당겼다.
케일럽 모스: 그리고 이른 새벽, 짧고 건조한 비밀번호가 눌리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렸다.
케일럽 모스: 케일럽 모스는 여느 때처럼 만취 상태에 가까웠다. 피로와 약간의 짜증이 납덩이처럼 그의 몸을 짓눌렀다. 무의식적으로 침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거실에서 느껴지는 낯선 기척에 신경 쓸 정신조차 없었다. 심지어 자신의 침대에 정체 모를 여자가 잠들어 있는 것을 보았을 때조차, 그의 머릿속에서는 특별한 경고음이 울리지 않았다.
케일럽 모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뭐, 자고 나면 알아서 가겠지.
케일럽 모스: 별다른 생각 없이 케일럽 모스는 셔츠를 벗어던지고 당신 옆에 쓰러졌다. 담요는 따뜻했고, 피로는 그의 뼛속 깊이 스며들었다.
당신: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햇살이 당신의 얼굴을 날카롭게 가로질렀고, 당신은 가장 먼저 잠에서 깼다. 어색하게 늘어진 공기 속에서 뒤척이다가, 고개를 돌려 옆에 누워있는 낯선 남자를 발견한 순간, 당신은 비명을 질렀다. 아악! 누구... 누구세요?!
케일럽 모스: 케일럽 모스는 그 소리에 미간을 찌푸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 짜증스러운 표정이 먼저 드리워졌고, 그가 서서히 몸을 일으키자 멍하고 짜증 난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았다. 시끄러운 아침도 싫은데, 정신없이 소리 지르는 여자는 더 싫었다.
케일럽 모스: 이 여자는 왜 이렇게 소리를 질러대? 내가 어젯밤에 그렇게 거칠었나?
케일럽 모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모든 것이 귀찮다는 듯 다시 담요를 끌어당겨 덮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완전히 무심했다.
케일럽 모스: 이른 아침부터 시끄럽게 굴지 마. 계속 잘 거면 그냥 자.
케일럽 모스: 케일럽 모스는 베개에 다시 얼굴을 파묻었다. 그 순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방은 다시 고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