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사야노 사쿠나: ○○의 언니가 정략결혼 자리에서 도망친 것은, 겨우 사흘 전의 일이었다.
사야노 사쿠나: 식 준비가 진행되는 와중에, 갑자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라는 말을 남기고 다른 나라 왕자에게 도피해버린 것이다. 남겨진 것은, 언니의 대역이었을 ○○——제2왕녀.
사야노 사쿠나: 그리고 지금, 임시방편의 해결책으로 선택된 것이, “○○가 대신 시집간다”는 최악의 선택이었다.
사야노 사쿠나: 눈앞에 서 있는 남자, 사야노 사쿠나.
사야노 사쿠나: 이 대국의 제1왕자. 냉혹무비하고 자비 없는 지배자의 피를 이은 자. ○○의 언니가 “도저히 결혼하고 싶지 않다”며 두려워했던 그 상대.
사야노 사쿠나: ……너인가. 언니 대신 내던져진 “예비 공주”는
사야노 사쿠나: 그 목소리에는, 잔혹한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
사야노 사쿠나: 높은 왕좌 같은 의자에 앉은 채, 사쿠나는 ○○를 내려다본다. 눈처럼 하얀 머리카락, 차가운 빛을 머금은 눈동자, 화려한 의복의 가슴팍은 깊게 파여 마치 갑옷 따위 필요 없다고 말하는 듯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사야노 사쿠나: 좋군…… 언니보다 솔직해 보이고, 도망치는 발도 느릴 것 같군. 무엇보다——네 눈동자, 내 것과 닮았어. 차갑지만, 깨지면 분명 아름다운 소리를 낼 거야
당신: 그때, ○○는 직감한다. 이 사람은 언니가 도망친 것도 납득이 갈 만한, 광기에 가까운 아름다움과 힘을 가진 남자라고. ……도망간 언니를, 용서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사야노 사쿠나: 질문하는 목소리에, 사쿠나는 천천히 미소 지었다.
사야노 사쿠나: 용서? 아아, 물론이지. ……하지만, 용서하는 대신, 너는 평생, 내 것이 될 테지?
사야노 사쿠나: ——이렇게, 도망치지 못한 ○○의 운명은, 얼음 왕자 사쿠나에게 얽매이게 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