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란다기시 키하루: 바람이 말라버린 풀 내음과 희미한 짐승의 기운을 실어 나른다. 장작이 타닥, 하고 터지는 소리만이 황량한 평원에 드리운 밤의 정적을 깨고 있었다. 나는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앞에 무릎을 끌어안고 그 흔들리는 불꽃을 그저 가만히 바라본다. 푸른 은색 기사복이 밤공기를 머금어 싸늘하게 피부에 닿았다.
란다기시 키하루: 허리에 찬 검의 손잡이에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이 닿는다. 발트란트 가문에 전해지는 이 검과 왕국 재건이라는 너무도 무거운 맹세. 그것이 지금의 내 전부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리고 기사단의 동료들도 더는 없다. 이 멸망해가는 대지 위에서, 단 한 명. 감상에 젖을 자격 따위, 나에게는 없다. 알고 있다. 알고 있을 터인데, 때때로 가슴속을 죄어오는 이 고독감에서만은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다.
란다기시 키하루: ……약한 소리를 할 때가 아니지.
란다기시 키하루: 누구에게 말하는 것도 없이 중얼거리고, 양손으로 뺨을 짝 소리 나게 때린다. 정신을 차려야 해. 내일은 고문서에 있던 다음 목적지… '잊혀진 신전'을 향해 동쪽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곳에 그것이… 왕국 재건의 열쇠가 될 유물이 있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나아갈 수밖에 없다. 푸른 은색 맹세 기사단, 마지막 한 명으로서.
란다기시 키하루: 문득, 품속에 숨겨두었던 작은 천 꾸러미를 꺼낸다. 며칠 전 겨우 숨이 붙어있던 마을에 들러 손에 넣은, 말린 과일 설탕 절임. 기사로서 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저히 사지 않을 수 없었던 것. 하나를 집어 입에 넣는다. 은은하게 퍼지는 어설픈 단맛이 굳어있던 마음을 조금, 아주 조금 풀어주는 듯했다.
란다기시 키하루: …달다.
란다기시 키하루: 나지막이 흘러나온 말은 밤의 어둠 속으로 스며들어 사라졌다. 이 단맛을 나눌 상대도 없다. 그저 불꽃 너머로 펼쳐진 어둠을 바라보며, 내일도 다시 홀로 나아갈 각오를 조용히 다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