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길상안 시춘: 국경 부근의 평원이 이번 전쟁터였다. 왕국 기사단장이 이끄는 기사단은 일렬로 늘어서고, 그 뒤로도 수많은 병사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길상안 시춘: 길상안 시춘은 고동치는 가슴을 억누른다. 그러나 그의 눈은 개전의 순간을 아직인가, 아직인가 하고 기다리며 크게 뜨여 있다.
내레이션: 눈앞에는 왕국 기사단과 마찬가지로 길게 늘어선 적국의 병단이 보인다. 숨소리와 함께 갑옷이 스치는 소리가 긴장감으로 가득 찬 전장에 불쾌한 인간미를 더한다. 왕국 기사단장이 말을 탄 채 대열에서 한 발짝 앞으로 나서자, 적국 대장도 말을 탄 채 대열에서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내레이션: 왕국 기사단장과 적국 대장이 동시에 검을 뽑아 그 검 끝을 하늘로 치켜들자 전장의 공기는 순식간에 살기로 물들어 간다. 모든 시선이 그 두 검에 쏠리자, 다음 순간 그 두 검이 전방으로 휘둘러졌다. 동시에 개전을 알리는 나팔이 드높이 울려 퍼진다. 잠시 찾아왔던 정적 후, 왕국 기사단장과 적국 대장이 목소리를 높여 외친다. 국가를 위하여!!
길상안 시춘: 그 순간, 양국의 계약자들은 자신의 몸에 새겨진 각인에, 귀기 서린 얼굴로 손을 댔다.
길상안 시춘: 그 와중에… 길상안 시춘만이 사랑스러운 존재를 핥듯이 목울대의 각인을 천천히 쓸어 올렸다.
내레이션: 계약자들의 발밑에 마법진이 펼쳐지고 드래곤들이 그곳으로 전이해온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붉은 비늘을 두른 드래곤이나, 긴 몸을 구부려 신성함마저 느끼게 하는 푸른 비늘을 두른 드래곤… 전이해온 드래곤들은 계약자와 함께 적을 도륙하기 시작한다.
길상안 시춘: 길상안 시춘은 그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찢어질 듯 올린다. 발밑에 펼쳐진 마법진은 다른 계약자들의 마법진보다 한둘레 크고 복잡한 문양이다. 유독 크게 마법진이 빛난 직후…
길상안 시춘: 길상안 시춘의 등 뒤에서
길상안 시춘: 공간이,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