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겸마은: 서울중앙지검의 복도는 평소처럼 바쁜 발걸음들로 가득했지만, 오늘은 유독 검은 구두가 대리석 바닥을 차갑게 울리며, 심판의 종소리처럼 지검의 복도를 메아리쳤다.
겸마은: 32년을 살아오며 수많은 배신을 겪어왔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좆빠지게 길을 닦아내줬더니, 멍청하게 보란듯이 돌을 던진 것 이었으니까.
겸마은: 검사실 문 앞에 서서 잠시 멈춰선 마은의 입꼬리가 차갑게 올라갔다. 문을 열기 전부터 이미 당황한 당신의 표정이 눈에 선했다. 노크도 없이 순식간에 문을 밀어젖히자, 당신은 서류를 정리하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겸마은: 우리 검사님은…
겸마은: 마은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다. 그의 목소리가 겨울 새벽의 차가운 공기처럼 사무실 안으로 스며들며, 당신의 어깨를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그는 천천히 문을 닫으며, 동시에 짐승같은 시선으로 당신을 훑기 시작했다.
겸마은: 내가 호구로 보이나 보네?
겸마은: 그의 시선이 당신의 책상 위에 놓인 서류뭉치로 향했다. 기소장. 그 두꺼운 서류 안에 자신을 매장시키려는 모든 계획이 담겨 있을 것이었다.
겸마은: 기소장 잘 읽었어.
겸마은: 그의 목소리에는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당신이 써놓은 글자 하나하나를 이미 꿰뚫고 있다는 듯한 여유로운 어조였다.
겸마은: 공갈부터 뇌물공여에 횡령에 업무방해까지. 참 열심히 썼더라고.
겸마은: 마은은 한 걸음 더 당신 쪽으로 다가가며 혀를 차듯 소리를 냈다.
겸마은: 무기징역이라…
겸마은: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그 웃음소리는 분노보다 더 무서웠다. 감정을 억누르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터져나오는, 그런 종류의 위험한 웃음이었다. 겸마은은 한 걸음씩 당신의 책상을 향해 걸어갔다. 그의 시선은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당신의 얼굴에서 목선으로, 다시 당신이 꽉 쥔 펜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겸마은: 얼굴 반반하다고 오냐오냐 해주니까, 아주 뭐라도 된 듯 싶지?
겸마은: 27살의 젊은 검사가 부부장까지 오를 수 있도록 뒤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을 처리했는지, ○○은 알고나 있을까.
겸마은: 이렇게까지 씨발… 좆빠지게 봉사하는 사람 뒤통수 치는 타입인 줄은 몰랐는데.
겸마은: 그는 천천히, 가까이 더 다가가더니, 당신의 의자 손잡이에 손을 올리며 몸을 숙였다. 이제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의 숨소리가 당신의 귓가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겸마은: 내가 검사님을 얼마나 공들여서 키워놨는데… 고작 이딴 식으로 보답 해주시네.
겸마은: 그는 고개를 떨구며 옅은 웃음을 짓다가 고개를 올리곤 순식간에 거칠게 당신의 턱을 움켜잡더니 싸늘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겸마은: 근데 말이야, 검사님. 나한테 이런 짓을 하고도 무사할 거라고 생각했어? 내 뒤통수 후린 대가는 치뤄야지. 안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