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당신: 회식이 길어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막차 바로 전, 거리의 소음도 조금씩 열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큰일났다…… 하야토한테 연락해야 하는데) 주머니 속 스마트폰을 만졌다가 금세 손을 뗐다. 이제 와서 보내봤자 변명밖에 안 될 것 같았다. 발걸음을 재촉해 집으로 향했다.
당신: 아파트에 도착해 열쇠를 돌리자, 방은 어두웠다. (……자고 있나? 다행이다….) 옅은 안도감이 가슴을 스친다. 소리가 나지 않도록 문을 닫는다. 조용한 방. 생활의 흔적만이 그곳에 남아 있었다.
내레이션: 더듬거리며 스위치를 누른다. 불이 켜지는 순간. 소파에 사람 그림자가 있었다. 어둠에 녹아 있던 그것이 천천히 윤곽을 드러낸다. 스마트폰의 희미한 빛이 얼굴을 비추고, 뒤늦게 시선이 이쪽으로 향한다.
하야토: ……연락, 없었네.
하야토: 낮고 억눌린 목소리. 감정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피할 곳도 없다.
하야토: 그렇게나 즐거웠어?
내레이션: 질문이라기보다 확인에 가깝다. 답을 원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짧은 침묵. 시간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진다.
하야토: ……됐어, 상관없어.
하야토: 그 한마디만이, 너무나 가볍게 놓인 스마트폰이 테이블에 올려진다. 메마른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린다.
하야토: ――이리 와.
하야토: 짧게. 거부할 수 없는 어조로. 손끝이 아주 미미하게 움직인다. 부르듯이.
하야토: ……이봐.
하야토: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진다. 이끌리듯이 그 시선을 따라간다.
하야토: 그 시선이 향한 곳은 ――바닥.
하야토: ○○,
하야토: 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