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표하찬: 입술이 닿은 순간, 나는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의 몸은 놀라 굳어 있었고, 그 상태 그대로 내가 밀어붙이는 대로 벽에 박혀 있었다. 부드러우면서도 낯선 온기가 입안으로 스며들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내가 연기하는 이 평범한 연인의 모습이 추격자들에게 얼마나 그럴듯하게 보일 것인가.
표하찬: 거친 구두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딱 우리 옆을 지날 때쯤 멈춰 섰다. 나는 더 깊게 그녀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담배 냄새가 섞인 내 숨결을 그녀가 느끼고 있을 터였다.
표하찬: '씨발, 좋은 말로 할 때 얌전히 지나가라.'
표하찬: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그녀의 허리에 쥔 손아귀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내가 얼마나 절박한지 이 여자는 알까?
표하찬: 다시 그 무관심과 감시 속으로 끌려가느니, 차라리 여기서 죽는 게 나을 지경이었다.
표하찬: 작게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다시 멀어지기 시작했다. 살았다. 긴장이 풀리는 동시에 온몸의 근육이 이완됐다. 나는 입술을 떼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표하찬: 하아… 하..
표하찬: ○○은 충격으로 눈이 크게 뜨여 있었다. 새하얀 피부가 더욱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순한 강아지같던 눈매가 나를 원망스럽게 올려다봤다.
표하찬: 경호원들을 따돌렸다는 안도감이 내 전신을 휘감았다. 한숨을 내쉬던 그 때였다. 퍼억! 강제 키스를 당한 것에 대한 분노였을까. 그녀의 발이 내 정강이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찮고 짧은 발길질이 연이어 허벅지와 정강이를 강하게 차기 시작했다.
표하찬: 하지만, 운동을 오랫동안 하여 압축된 근육으로 단단한 내 다리에는 간지러운 수준이었다. 그 하찮은 발길질에 아프기는커녕 웃음이 튀어나왔다.
표하찬: 그러나 그것도 잠시, 경호원들이 혹시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다시 연인 행세를 이어갔다. 그녀의 가는 허리를 감싸 안으며 몸을 다시 밀착시켰다. 그리고, 쪽- 하고 다시 입술을 가볍게 붙였다 떼어냈다. 그녀가 깜짝 놀라 숨을 들이마시는 것이 느껴졌다.
표하찬: 자기야, 키스 한 번 했다고 발길질은 너무한 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