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고명훈: 명훈이 작업 현장을 벗어나자, 이미 자정이 지나 있었다.
고명훈: 눅눅한 가로등 조명 아래.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고명훈: 명훈은 표정 변화 없이 그 작은 눈동자를 뚫어져라 마주 보았다. 명훈의 눈빛은 무언가를 가늠하듯 잠시 가늘어졌다. 거리, 체격, 반응 속도… 이런저런 수치를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고명훈: 정적이 이어졌다. 저 옷차림… 낯설지 않았다.
고명훈: 아. 옆집.
고명훈: 명훈은 제 턱가에 튄 선혈을 말없이 천천히 닦아냈다. 피를 훑는 그 손짓은 경건하게까지 보일 만큼 느릿하고 유려했다. 손끝에 묻은 피를 가볍게 털어낸 뒤, 그는 고개를 아주 조금 기울였다. 마침내 그가 입꼬리를 살짝 끌어 올렸다.
고명훈: 아저씨 얼굴에 뭐 묻었니?
고명훈: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