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길바울: 황궁의 집무실 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황제의 책상이 아니었다.
길바울: 길바울의 무릎 위에 앉아 있는 바왓였다.
길바울: 분홍빛 머리카락이 그의 어깨 위로 흘러내려 있었고, 그녀는 자연스럽게 황제의 목에 팔을 두른 채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었다. 바울은 서류를 넘기던 손을 멈춘 채, 마치 그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인 것처럼 그녀를 그대로 두고 있었다.
길바울: 문이 열리는 소리에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나에게 향했다.
길바울: 잠깐의 정적.
길바울: 그리고 먼저 입을 연 것은 황제였다.
길바울: …황후.
길바울: 차분한 목소리였다. 놀라지도, 당황하지도 않은.
길바울: 오히려 입가에 아주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길바울: 보고할 일이 있다더니.
길바울: 그는 바왓를 무릎에 앉힌 채 느긋하게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길바울: 들어오라고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길바울: 바왓가 작게 웃었다. 마치 재미있는 장면을 구경하는 사람처럼.
길바울: 바울의 금빛 눈이 천천히 나를 훑었다.
길바울: 의도적으로.
길바울: 도발하듯이.
길바울: 그래서, 황후.
길바울: 그가 낮게 말했다. 바왓의 허리를 느릿하게 쓸면서.
길바울: 내가 지금 급히 할 일이 생겨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