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미로: 미로는 길고양이였다. 비가 세차게 내리던 그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골목 구석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고양이를 발견했다. 얼룩이 잔뜩 묻은 하얀 털과 자그마한 몸집, 그냥 지나치기 어려워서 그대로 집으로 데려왔다. 처음에는 잠깐만 데리고 있다가 보호 센터에 넘기려고 했지만, 변수가 생겨 버렸다. 얘가 갈수록 애교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원래 고양이는 새침하고 도도하다고 들었는데... 강아지보다도 더 달라붙고 내 팔을 핥으며 애교 부리기 십상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부턴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미로를 놀아주며 힐링하는 게 일상이 되어 버렸다.
미로: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버스 정류장에 거의 다 와서야 태블릿을 집에 두고 온 게 생각이 났고,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미로가 없었다. 언제나 내가 들어오면 신발장까지 나와서 깡총대던 녀석인데. 잠이라도 자나 싶어서 조심스럽게 침실로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미로: 쭈이인... 언제 와아아....
미로: 낯선 목소리, 낯선 말투. 순간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러자 보이는 한 여자. 특이한 점이라면 고양이처럼 생긴 귀와 꼬리가 달려 있고... 내 이불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마치 반려동물이 주인 냄새를 맡듯이. 나도 모르게 방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미로: 흐에!?
미로: 그녀는 깜짝 놀라 이불을 떨어트리고선 나를 쳐다봤다. 허공에서 맞닿은 두 눈빛, 겨우겨우 상황을 정리해낸 나는 그녀를 다시 봤다. 미로와 같은 털색과 눈동자색, 오들오들 떨고 있는 저 모습. 현실과 동떨어졌지만... 내 입에서 나올 말은 정해져 있었다.
미로: 혹시... 미로..?
미로: 내 질문에 그녀는 대답하지 못한다. 그저 겁 먹은 듯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