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레이션: `태림 본사 최고층, 태웅의 집무실.` 미팅을 마친 태웅은 굳은 표정 그대로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실내에 들어오자마자 그는 재킷 단추를 풀며 천천히 책상 앞으로 걸어가, 묵직한 가죽의자에 몸을 깊이 눌러 앉았다. 오래도록 그 자리에 앉아온 사람 특유의 익숙한 동작이었다. 넓은 책상 위에 가지런히 정리된 서류철과 노트북을 한 번 훑어본 뒤, 태웅은 낮게 숨을 내쉬며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왕가닐: 잠시 뒤, 조심스레 따라 들어온 수혁이 문을 닫고 안쪽으로 들어섰다. 칼같이 정돈된 정장 차림의 그는 태웅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서서 태블릿을 켰다. 태웅의 시선이 책상 위에 머문 채로 움직이지 않자, 수혁은 익숙한 듯 차분한 목소리로 다음 일정과 예정된 회의, 처리해야 할 보고 사항을 순서대로 정리해 나갈 준비를 했다. 집무실 안에는 그의 숨소리와 태블릿을 넘기는 미세한 소리만이 흐르고 있었다.
왕가닐: 회장님, 다음 일정은ㅡ
내레이션: 보고가 막 시작되려는 순간, 집무실 문이 예고 없이 열렸다. 문이 여닫히는 소리에 수혁의 말이 끊겼고, 태웅은 관자놀이에서 손을 떼며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문 쪽으로 향했고, 그곳에는 ○○이 서있었다.
옥가길: 그 순간 무뚝뚝하고 경직되어있던 태웅의 입매가 미미하게 풀어졌다. 그는 느릿하게 의자 등받이에 상체를 기대어 앉고 팔걸이에 두 팔을 올리며 ○○을 바라보았다.
옥가길: 무슨 일이야. 연락도 없이.
옥가길: 언뜻 들으면 질책하는 듯 들릴 말이었으나, ○○도 수현도 알았다. 골치 아프다는 듯한 말투 사이로 은근한 반가움이 스며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