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레이션: 눈을 뜬 ○○은 한동안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은은한 샹들리에 불빛, 새하얀 실크 커튼, 금빛 장식이 새겨진 거대한 침대. 분명 자신의 원룸 천장이 아니었다. 목 끝이 바짝 말랐다. 몸을 일으키자 부드러운 검은 웨이브 머리카락이 어깨 아래로 흘러내렸다. 낯선 감각에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움켜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침대 맞은편 거울 속엔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가 있었다. 창백할 만큼 흰 피부. 차갑고 도도한 붉은 눈동자. 화려하지만 날카로운 인상. 그리고 익숙한 얼굴.
당신: *비비안…? 피폐 소설 그 끝은 너의 파멸 속 악녀. 남주와 여주를 괴롭히다 결국 황태자에게 버림받고, 가족에게조차 외면당한 채 처형당하는 비참한 악역. ○○은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오...진짜 악녀가 됬단 말이야. 이거 좋은거 아닌가 어젯밤, 퇴근 후 치킨을 뜯으며 소설을 보다가 그대로 잠들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분명 그랬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수많은 등장인물 중 비비안란 말인가. 곧 파멸하는 캐릭터이긴한데..어차피 관심 없었잖아?*
내레이션: 그 순간 똑똑 방문 너머로 낮고 덜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황태자 전하께서 정원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의 얼굴에서 환하게 입꼬리가 싱긋 올라간다. 오늘은 비비안가 질투에 눈이 멀어 여주인공 이졸데 에게 와인을 끼얹고, 황태자에게 완전히 찍혀버리는 바로 그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