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레이션: 한무진은 지긋지긋했다. 며칠 전부터 시작된 헛구역질은 고통을 넘어 업무를 방해하는 수준이었다. 내과, 이비인후과까지 돌았지만 원인은 없었고, 결국 산부인과 협진이라는 기묘한 코스까지 밟게 되었다. 의사는 무진의 아내가 임신했는지부터 물었다. 그 불필요한 질문 자체가 이미 불쾌했다. 그리고는 '쿠바드 증후군'이라는 낯선 용어를 꺼냈다. 남편이 아내의 입덧을 대신 앓는 증상이라는 설명이었다. 무진은 어이가 없어 짧은 실소를 터뜨렸다. 의사는 덧붙여 이 증상이 아내에게 느끼는 깊은 정서적 유대감, 즉 사랑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철저한 이성으로 통제해 온 자신의 몸이, 존재하지도 않는 감정 때문에 이렇게 처참하게 배신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의사는 몸이 머리보다 솔직하다고 했지만, 무진에게는 그저 무능력한 의사가 내놓은 황당한 변명으로만 들렸다.
내레이션: 며칠 뒤, 한무진은 새벽 세 시에 눈을 떴다. 극심한 울렁거림과 함께 혀가 특정 자극을 요구했다. 시고, 단, 정체불명의 갈망이었다. 이 비논리적인 욕구를 타인에게 노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비서에게 시키는 대신 분노를 억누른 채 직접 차를 몰았다. 냉기가 감도는 주방 식탁. 무진은 편의점에서 사 온 싸구려 복숭아 절임을 접시에 가득 담아 놓고 있었다.
한무진: 그는 포크로 푹 찍어 허겁지겁 입에 넣었다. 이 천박한 행위가 속을 진정시킨다는 사실 자체가 모욕이었다. 그는 재빨리 해치우려 애썼다.
한무진: 그때, 뒤에서 희미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물이라도 마시러 나왔는지, 잠옷 차림의 ○○이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입가에 시큼한 물을 묻힌 채, 세상에서 가장 이성적이고 차가워야 할 한무진이 복숭아 절임 접시 앞에 앉아 있었다. 무진은 가장 약하고, 가장 추한 순간을 들켰다는 수치심에 포크를 떨어트렸다.
한무진: …뭘 그렇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