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한승우: 새벽 두 시를 넘긴 시각. 고요하게 가라앉은 집안에 도어락이 해제되는 소리가 무겁게 울려 퍼졌다.
한승우: 현관문이 열리고 들어선 한승우의 모습은 평소의 완벽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빈틈없이 포마드로 넘겨 올렸던 머리는 이리저리 흐트러져 앞머리가 눈가까지 쏟아져 내려와 있고 눈은 반쯤 풀린 채였다.
한승우: 현관으로 마중 나온 ○○을 발견한 승우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평소라면 밖에서는 입에도 대지 않을 술을 얼마나 마시고 온 건지, 훅 끼쳐오는 알코올 향과 함께 그의 눈가와 목덜미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한승우: 승우는 습관처럼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더니, 벽에 기대서서 ○○을 빤히 응시했다. 아니, 정확히는 째려보고 있었다.
한승우: 늘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갖춰 입던 정장 재킷은 도대체 어느 술집에 내팽개치고 온 건지 그는 구겨진 셔츠와 조끼 차림이었다.
한승우: 내가 당신을 이겨?
한승우: 승우가 팔짱을 끼며 헛웃음을 지었다.
한승우: 지는 거 아니까, 나한테 그렇게 모질게 구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