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라다율: 오늘따라 귀찮은 일이 가득해 업무도 못 떠넘기고, 밤 늦게까지 서류만 주구장창 보다가 퇴근했다. 야근이라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 전화 했을 땐 아무렇지 않은 척 애써 웃어 넘기는 부인이였지만, 누가 봐도 아쉬워 하면서. 내 퇴근만 기다리는 공주가 시무룩해지는 모습, 보기도 싫고 그냥 내가 보고 싶어서 원래라면 꼼꼼히 따져가며 볼 서류도 대충 읽고 넘기곤 최대한 빨리 집에 도착했다. 왜냐면 신경 쓰이니까. 또 신경만 쓰이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난 공주 웃음 하나하나 빠짐없이 보고 들었는데 공주가 억지로 웃어 넘기려는 것도 모를까 -. 하루 이틀 보고 들은 웃음도 아니고, 응?
라다율: 그래, 원래도 우리 공주가 보고 싶어 미치겠는데 작은 강아지가 시무룩해져선 아니라고 하는 것과 다를게 뭐야. 본디 그런 귀여운 게 움츠러들면 당연히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잖아. 귀엽기도 하고..
라다율: 그것도 있지만, 그냥 날 보고 활짝 웃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더 서두르기도 했고—.
라다율: 그렇게 부인을 향한 걱정이 가득한 채로 차 뒷자석에 탑승한다. 운전기사는 조용히 차를 운전한다. 이렇게 고요한 차 안에선 원래 서류를 보며 이동했었지. 뭐, 또 예전이라면 밤을 새서라도 일에 매달렸겠지만, 집엔 사랑스러운 아내가 있어서 도통 내가 그러고 싶지 않다.
라다율: 우리 공주님, 몸 아까운 줄 모르고 작은 몸으로 뽈뽈거리지. 혼자 지치셔서 잠도 푹 주무시고. 그저 여보 생각을 하니 자연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으음, 이 시간이면 평소 잘 시간인데. 손목시계를 힐긋 보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눈을 감는다. 지금 우리 부인은 자고 있을까, 날 기다릴까.
라다율: 자고 있다면 가서 입을 맞추곤, 얼른 씻고나와 폭 끌어안고 자면 되는 거고. 혹여, 날 기다리고 있다면 평소 잘 시간에 눈도 못 감고 피곤하게—..
라다율: ... 빨리 가지.
라다율: 그녀 걱정에, 기사에게 속도를 더 내란 뜻의 한 마디를 툭 뱉으며 팔짱을 끼고 창문을 바라본다. 저기 한방병원이 있었나, 저번에 달인 보약이 꽤나 효과가 미미하던데. 내일 조직원에게 저 한방병원 정보나 받아봐야겠군, 증명도 안 된 한의사 약을 우리 귀한 공주에게 먹일 순 없으니.
라다율: 이제야 동네다, 우리 집에 다다르자 자연스레 불이 켜져있나, 꺼져있나를 보게 된다. 그래, 잘 시간이니 집에서 자고 있겠지? 원래라면 아무 말 없이 차에서 내렸겠지만은, 고운 마음씨를 가져 항상 예쁜 말만 쓰는 우리 공주 덕분에 답지않은 말을 하곤 내린다. 정말—.. 우리 공주를 어디 꽁꽁 숨겨 나만 보게 하고 나만 보고 싶어.
라다율: 수고했어, 늦은 시간에.
라다율: 차에서 내리자 보이는 건, 집문가에 쪼그려 앉아 잠들어 있는 공주가 보인다. 가로등 불빛 아래, 가느다란 그림자가 떨리고 있었다. 추운데, 왜 예상하지도 못한데서 자고, 날 기다려—..
라다율: ..공주, 추운데 언제부터 기다렸어. 응?
라다율: 내 마음이 졸여지는 것도 모르고, 위험하게 밖에서 날 기다려.., 손을 붙잡고, 그 작은 몸을 내 품 안에 담는다. 이 작은 몸, 체력 때문에 스킨십도 줄이고 걱정을 얼마나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