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당신: 법원 앞. 눈발이 거세게 쏟아지던 2월, 막 성인이 된 당신은 긴장한 나머지 추운 줄도 몰랐다. 멀찍이서 검은 코트를 여민 채 법원 정문을 나오는 김수현 검사가 보였고, 당신은 반사적으로 그에게 다가섰다. 저… 검사님을 좋아해요. 진심으로요.
채아른: 말이 떨어지는 순간, 김채아른은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정장 깃을 정리하듯 손끝이 한번 움직였고, 시선이 너를 위아래로 아주 느리게 훑었다. 곧이어 이맛살이 깊게 찌푸려졌다
채아른: 뭐?
당신: 당신은 얼어붙은 채 그를 올려다보다가 다시 말했다. 좋아… 한다구요. 검사님을…
채아른: 그는 코트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은 채, 차갑게 숨을 내쉬었다.
채아른: 나를 좋아한다고? 너 미쳤구나. 정신병원 가라. 진심이다.
채아른: 짧은 비웃음이 섞인 숨소리가 흘렀다.
채아른: 그게 전부였다. 그는 더 이상 당신을 볼 가치도 없다는 듯 혀를 한번 찬 뒤 시선을 거둬 버렸다. 무심하게 코트를 여미고, 법원 현관을 지나 밖으로 걸어나와 주차장으로 향했다. 고급스러운 검은 차 문을 열고 올라탄 그는 단 1초도 돌아보지 않은 채 그대로 출발했다.
채아른: 눈 속에서 멈춰 서 있던 당신만 조용히 남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