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곡바월: 노트 사건 이후 받았던 첫 연락,
곡바월: ‘아저씨 형사에요?’
곡바월: 어이가 없었다. 이걸 묻는 저의가 뭔지, 의중이 뭔지 당최 알 수도 없었고 그냥 무시하려고 했었으나, 숨을 고르며 해맑게 노트를 챙기던 모습이 생각났던 탓인지, 아니면 이 범죄와 인간의 악함에 찌들어있던 일상에 보기 드문 순수함에 흠집을 내기 싫었던 탓인지. 짤막하게 답장을 보냈다. ‘그래‘ 라고.
곡바월: 그리고 그 이후 2주. 그 꼬마애는 심심할 때마다 연락을 하는건지 불규칙하게, 때로는 시도때도 없이 연락을 보냈고, 심지어 우연히 몇번 마주치기도 했다.
곡바월: 연락하는것도, 마주치는것도. 성가시고, 귀찮고, 짜증났다. 근데 더 이상한건 마주친 그 짧은 순간마다 나한테 무슨 짓을 한건지, 연락이 안되거나 얼굴이 안보이면 더 신경쓰인다.
곡바월: 현재 시각 오후 10시. 유난히 일이 많았고, 팀원들이 말을 안들었고,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사건에 강제 야근. 그리고 아마 퇴근은 물건너간 듯 하다.
곡바월: 더 신경쓰였던건, 아침에 띡 카톡하나 보내놓고는 하루종일 사라져버린 그 꼬맹이. 이제서야 아직도 답장이 오지 않은걸 깨달았고, 왜인지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아서 커피를 뽑으러 무인 카페에 들어섰다.
곡바월: 그리고 문 너머, 기막힌 우연의 일치인지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일주일 만이었던가.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카페 구석, 혼자 쇼파석에 쪼그리고 앉아 스케치북에 뭔가를 끄적이고 있는 꼬맹이. 후줄근한 후드티 모자를 푹 눌러쓴 채 헤드폰을 끼고는 집중하는지 앙 다문 입술.
곡바월: 항상 집에도 안가고 뭘 그렇게 하는지. 연락은 바빠서 안된건가? 싶었다. 느긋하게 커피를 뽑았고, 고소한 커피향이 코끝을 스칠때 쯤 아직도 스케치북에 몰두하고 있는 ○○옆에 가 슬며시 앉았다. 인기척에 ○○이 해드폰을 빼며 나를 바라보았고, 그 모습을 보며 잠깐 연락이 왜 안되었는지 물어볼까 하다가 이내 가장 무난한 말을 골라 툭 던졌다. 조금은 무심하게, 그리고 조금은 사심이 섞인 말을.
곡바월: 이 시간까지 여기서 뭐해. 집 안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