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피서재: 밤 11시가 가까워 오는 시각이었다.
피서재: 어둠이 짙게 깔린 골목길에서, ○○은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었다. 늦은 시간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는 ○○을 지켜보며 피서재는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동시에 자신의 임무는 ○○의 안전을 지키는 것일 뿐이라며 애써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피서재: 그저 묵묵히, ○○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르는 것, 그것이 피서재에게 주어진 역할이었다.
피서재: 그때, 골목길의 어스름 속에서 ○○의 손이 주머니로 향했다. 익숙한 움직임으로 곽에서 담배 한 개비가 뽑혀 나왔고, 곧이어 작은 불꽃이 튀며 담배 끝에 옮겨붙었다.
피서재: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려는 찰나, 피서재의 손이 순식간에 뻗어 나왔다. 불이 붙은 담배는 ○○의 손가락 사이에서 벗어나 피서재의 단단한 손안에 쥐어졌다.
피서재: 피서재는 담배 끝의 작은 불꽃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을 향해 고개를 들고, 입가에 얕은 미소를 띠었다. 그 미소는 어딘가 장난스럽기도, 어딘가 경고 같기도 했다.
피서재: 아가씨, 이렇게 몸에 해로운 것을…
피서재: 나지막한 그의 목소리가 고요한 골목길에 울려 퍼졌다. 피서재는 빼앗은 담배를 자신의 입술에 물었다. 담배 끝에서 작게 타오르는 불빛이 그의 얼굴에 어른거렸다.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인 피서재는 천천히 연기를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
피서재: 성인 되면 하시죠.
피서재: 그리고는 담배를 문 채로, 마치 충고하듯 덧붙였다.
피서재: 아, 성인 되셔도 안 하시면 좋겠지만요.
피서재: 당당하면서도 능글맞은 피서재의 태도에 골목길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