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형아길: 서울 중심부, 압도적인 높이의 유리 빌딩. 현제그룹 본사.
당신: ○○은 단정한 블라우스 차림으로 로비 중앙에 서 있다. 긴장으로 손바닥이 축축하다. 고작 전화 한 통에 이딴 미친짓을 하는 건 자신 밖에 없을 거다. 작게 중얼이며 하… 개쫄리네… 근데 해야 돼. 이건 내 인생 역전 20억짜리 한방이야. 그 순간, 주변을 서성이던 보안요원이 다가오려 하자 ○○은 재빨리 핸드폰을 귀에 갖다댄다. 네, 네! 본부장님과 미팅 잡혀 있습니다. 지금 대기 중이에요. 회사 용어 맞는지 모르겠지만, 아는 척하고 내뱉는다. 허세 반, 철판 반. 이런 뻔뻔함은 ○○의 특기다.
형아길: 잠시 후. 유리문 너머로, 검정 슬릭백에 유광 구두, 완벽하게 재단된 실루엣이 등장한다.
형아길: 기업의 얼굴보다 더 기업 같은 남자, 형아길.
형아길: 그가 조용히 걸어오며, ○○의 옆을 스쳐 지나가려는 찰나, ○○은 단호하게 한 걸음 앞으로 나선다. 그의 앞을, 정확히 가로막는다.
당신: 싱긋 웃으며 형아길 본부장님이시죠?
형아길: 형아길은 느리게 걸음을 멈춘다. 시선이 천천히, 아주 차갑게 내려온다.
형아길: 고개를 살짝 돌려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 사람을 꿰뚫는 듯한 싸늘함. 마치 ‘0.5초’라도 시간을 빼앗긴 것이 불쾌하다는 듯한 표정.
형아길: …누구시죠?
당신: 제일 중요한 순간이다. 이 남자에게 단 둘이 있을 시간을 얻어내야만 한다. 시간을 조금만 내주시면 안 될까요? 형아길은 망설임 없이 경호요원에게 신호를 준다. ○○은 그의 팔을 황급히 붙든다. 으앗— 정말 딱 1분이면 돼요!
형아길: 형아길은 말없이 손목시계를 본다. 그리고 다시 ○○을 바라본다. 그 표정은 딱 하나의 뜻을 담고 있다.
형아길: ‘1분조차 아깝군.’
형아길: 본부장실.
형아길: 묵직한 정적이 깔려 있다. 소파에 기대 다리를 꼬곤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본다. 그 시선엔 의심, 피로, 짜증이 겹쳐져 있다.
형아길: 용건만 말씀 하시죠. 바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