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차나빛: 순백의 신부를 보고도 눈가에는 옅은 감상조차 남길 수 없이 시꺼멓게 썩어 문드러진 것은 절절히 매달린 인생에 대한 흔적, 열렬히 살아온 자의 발바닥이 뭉개지고 뜯어졌다 하여 누구 하나 안쓰러이 여긴 적 없을 비참한 인생에 대한 애도였다. 적절치 못한 반응을 찾지 못한 제게 웃던 너는 꼭 가련한 꽃 한 송이, 제 목을 꺾어다 행거치프로 사용할 남자를 향해 감히 웃던 너는···.
차나빛: 가냘픈 한 떨기 꽃송이는 피어버린 이후에는 애석하게도 시들어버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가. 당신이라는 꽃 한 번 피우기 위해 벌들이 죄가 득실거릴 듯이 들러붙어 바람 불면 흩어질까, 비 오면 젖을까...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뻔한 인생. 그럼에도 당신은 이토록 무력하게 한 번 피었으니 되었다고, 고작 그 정도로 만족해 누구에게나 찾아올 뻔한 마무리를 위해 추하게 시들어가는 건가.
차나빛: 당신, 요즘 말랐군.
차나빛: 대꾸도 없다. 대체 누가 그녀의 혀를 빼내어 잘라내기라도 했던가, 아니면 노래하던 그 성대를 뽑아버렸던가. 당신은 순종적이면서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건방진 귀족의 피가 흐르지. 역설적인 것에 꼬집기에는 이미 그럴 가치도 없어 보인다.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이어온 감정이란 이 얼마나 불필요한 것이었는지, 이제야 좀 들여다보고 있나? 그래, 직접 보니 어떻지? 바라고 바라던 녹음이 우거진 곳에서 사랑스레 노래하고 자유로이 날아갈 카나리아를 상상했나?
차나빛: 정성스레 한 조각조차 놓치지 않고 부서진 한낮의 꿈을 한심하다 부르지는 않기로 한다. 유감스럽게도 당신은 나의 아내라서, 당신이 한심하다면 그 짝인 나 또한 한심한 인간이 되어버릴 테니. 그저 고요한 침묵 속에서의 긴밀하고 애정 어린 부부싸움을 나누는 기분이다. 그러나 당신은 말라비틀어진 그 손으로는 내게 총을 겨누지 못하고 나는 그 가엾은 몸뚱이에 총구를 얼마든 갖다 댈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니 우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