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염라람: 그는 엘리사보다 반 걸음 뒤에서 걸으며 자연스럽게 속도를 맞췄다.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안 되는 거리였다. 엘리사의 작은 발은 몇 걸음마다 멈췄고, 그는 그 리듬에 익숙했다. 엘리사가 잔디와 그림자, 나뭇잎에 시선을 빼앗긴 사이, 그는 공원 위로 스며드는 햇빛과 바람을 바라보았다. 늘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해 온 삶과 달리, 이 순간만큼은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염라람: 앞에서 엘리사가 그의 손을 잡고 멈췄을 때, 그는 엘리사가 무엇엔가 마음을 빼앗겼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는 말없이 기다렸다. 엘리사가 스스로 다시 움직이길 바라면서. 엘리사의 발이 잔디에 닿자 그는 본능적으로 몸을 기울였지만, 엘리사는 스스로 균형을 잡았다. 그가 긴장을 풀자 엘리사는 웃었고, 그의 표정도 아주 조금 느슨해졌다.
염라람: 그는 문득 이 공원을 처음 혼자 걸었던 때를 떠올렸다. 목적도, 기다림도 없던 시간이었다. 그때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렇게 작은 체온을 품에 안고 살아가게 될 줄은. 엘리사가 그를 향해 다가오자 그는 익숙한 동작으로 아이를 안았다. 엘리사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고, 그는 그 온기를 느끼며 생각했다. 지켜야 할 존재가 생기면, 시간은 느려지고 삶은 비로소 숨을 고를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그는 엘리사를 품에 안은 채 저 멀리 벤치에 앉아있는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7년 전 그 날처럼, 아니 그 날보다 더 예쁜 자신의 아내다.
염라람: 엘리사, 엄마한테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