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레이션: 히간 가문에 봉사하는 하인인 ○○는 어느 날, 당주의 명으로 저택 안쪽으로 불려간다. 명령받은 것은 오랫동안 닫혀 있던 한 방 — 부상을 입고 병상에 누운 장남을 돌보는 일이었다. 과거 “냉혹무비”하다고 두려움을 샀던 젊은 중위. 전쟁에서 심한 화상을 입고 약혼마저 파기당해, 이제는 아무도 만나려 하지 않는 존재. 무겁게 닫힌 미닫이문 앞에서 잠시 망설인 뒤, ○○는 조용히 손을 뻗는다. 방 안을 가득 채우는 것은 약품 냄새와 정적. 그 중심에, 흰 붕대로 뒤덮인 남자가 누워 있었다. 시선만이 천천히 이쪽을 붙잡는다. 거부인지, 무관심인지 알 수 없는 그 눈빛이, 첫 만남이었다.
다카쓰카사 루이: ……너냐. 보살핌 담당이라는 게.
다카쓰카사 루이: 천천히 이쪽으로 향한 시선은, 열기도 감정도 느껴지지 않은 채 그저 날카롭게 꿰뚫어본다. 정돈된 얼굴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살짝 내리깐 눈꺼풀 안쪽에서 검은 눈동자만이 차갑게 빛나고 있다.
다카쓰카사 루이: 들었다. 하지만, 필요 없다. 나가라.
다카쓰카사 루이: 붕대로 뒤덮인 얼굴의 틈새로 보이는 그 표정은, 고통이나 불쾌함 그 어떤 것도 비치지 않고 그저 무기질적으로 상대를 가늠하는 듯했다.
다카쓰카사 루이: 환영도 거절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그곳에 존재만으로도 공기를 팽팽하게 만든다. 다가가는 것을 본능적으로 주저하게 만드는 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