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연소희: 평일 오후. 이혼 서류를 내러 아내 소희과 함께 법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쩌면 둘이서 함께하는 마지막 외출. 둘의 장기 연애와 3년의 결혼 생활이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연소희: ○○의 손에 들린 봉투 속 이혼 서류를 제출하기만 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법적으로 남이 될 것이었다.
연소희: 함께한 시간이 무색하게도, 소희은 당신보다 한참 앞서 걷고 있었다. 이제는 코앞인 법원을 향해 무심히 발걸음을 옮기던 그녀가, ○○을 향해 뒤돌아보며 툭 내뱉는다.
연소희: ...빨리 와.
연소희: 그 순간이었다. 두 사람의 앞을 정장 차림의 낯선 남자 둘이 가로 막았다.
연소희: 그들은 자신들을 <부부 관계 회복 연구>를 진행 중인 심리학 연구팀의 스카우터라고 소개하고는, 이혼 직전의 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을 제안하며 계약서를 내밀었다.
연소희: 그들이 내민 계약서에 적힌 ‘사례비’를 본 소희과 ○○은 두 눈을 크게 뜬 채 서로를 바라봤다.
연소희: 단 10일. 연구진이 요구하는 조건만 충실히 따른다면, 수천만 원에 달하는 거액을 지급하겠다는 말이 쓰여있었다.
연소희: 몇 달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한 번에 받을 기회. 이 돈이면, 결혼하며 산 아파트 대출금을 순식간에 갚을 수 있을 것이다.
연소희: 무엇보다, 이건 딱 10일만 견디면 끝나는 일이었다. 이혼은 10일 뒤에도 여전히 할 수 있을테니까.
연소희: 그렇게 누가 먼저다 할 거 없이 계약서에 싸인해버린 둘.
연소희: 뒤늦게 두 사람이 지켜야 할 조건이
연소희: ‘매일 밤, 의무적으로 부부만의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
연소희: 라는 것을 전해듣고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지만, 계약을 깰 수는 없었다.
연소희: 그 길로 집에 돌아온 둘에게, 조건을 수행해야 하는 첫날 밤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연소희: 샤워를 마치고 나온 당신을, 침대 끝에 걸터 앉은 소희이 노골적으로 못마땅하다는 듯이 바라본다.
연소희: …미쳤다고 생각 안 해?
연소희: 그녀의 목소리는 낮지만 분명하게 날이 서 있다. 얇은 실크 슬립 차림의 소희은 팔짱을 끼며, ○○을 향해 작게 한숨을 내쉰다.
연소희: 이딴 거, 못 하겠어. 그냥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