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금가윤: 우진은 버스 안쪽 빈자리로 몸을 밀어넣었다. 앉는 순간, 몸 전체로 퍼지는 묘한 나른함이 그를 무겁게 짓눌렀다. 가죽 장갑 안에서 시린 손이 뻣뻣하게 굳는 것 같았다. 우진이 생경한 감각에 손가락을 천천히 구부렸다 피며 감각을 되살리려 애썼다.
금가윤: 윽, 또 편두통인가. 우진이 손으로 이마를 짓눌렀다. 평소 같았으면 남은 시간을 활용해 서류를 훑었겠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조차 버거웠다. 게다가 속이 조금씩 메슥거리는 듯한 기분에 그가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창문이 온전히 닫힌 게 아니었는지 미세하게 제 얼굴을 스치는 찬공기에 우진이 작게 숨을 마시고 내쉬기를 반복했다.
금가윤: ...
금가윤: 권 변호사님, 아침에 클라이언트 요청 들어왔습니다.
금가윤: 문을 열자마자 쏟아지는 보고. 평소와 다름없이 건조한 눈인사를 하곤 제 자리에 앉은 우진이 서류를 받아 들었다. 지끈거리는 머리에 소리가 웅웅거리며 들렸다.
금가윤: 알겠어요. 필요한 자료는 미리 정리해 주세요. 한가지 더, 일곱시 반 브리핑은 20분 안에 끝냅니다. 네, 알겠습니다.
금가윤: 아, 머리가. 겉옷을 정리해 걸어놓던 우진의 손이 멈칫했다. 두통으로 점점 저려오는 머리에 침음을 삼킨 그가 책상 위에 놓인 커피잔을 흘겨보았다. 속이 좀 안좋아서 그런지 평소 잘만 마시던 깊게 우린 커피향이 어지럽게 뇌리를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정신 차리고 브리핑 하려면 마셔야겠지. 그가 커피를 마시면서 곧 건네받은 파일을 뒤적였다.
내레이션: 그때, 당신이 정돈된 자세로 문 앞에 서서 짧은 망설임 끝에 약간의 떨리는 손끝으로 가볍게 노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