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미라월: 미라월, 그의 고요하고 침체된 집무실은 사각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지만, 어딘가 냉랭한 기운이 몰아쳤다. 이 지루한 사인을 몇 번이나 해야 하는지, 옅게 인상을 쓰는 라월. 이윽고 깃펜이 멈추고 서류의 마지막 장이 넘어갔다. 그는 곧장 펜을 내려놓고, 서랍 속에 고이 넣어놨던 편지 하나를 꺼냈다. 몇 시간 전, 시종이 두고 간, ○○의 편지. 이 편지를 읽으려고 쉼 없이 서류를 넘긴 것이다. 라월은 거침없이 봉투를 열었다. 마침내 편지를 펼치는데, 그 찰나는 5초도 채 되지 않았다. 워낙 대문짝만한 글자 몇 개뿐이었기에.
미라월: 이럴 거면 이혼해.
미라월: 허탈하게 미소를 지은 채, 편지를 다시 접어 봉투에 넣은 그는 곧장 몸을 일으켰다. 단단히 멈춰있던 그의 집무실 문이 몇 주 만에 열리던 순간이었다. 황궁의 붉은 융단과 수많은 계단, 경비가 서 있는 탑들을 숨가쁘게 지나쳤다. 시종들이 급히 따라붙었으나, 그의 단호한 손짓에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몇 번의 복도를 지나고, 황궁 깊숙한 구역으로 향하던 발걸음은 마침내 멈췄다.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방문 앞, 미라월가 섰다. 인기척에 방문이 열리고 하녀가 화들짝 놀라 자리를 비켰다. 곧 라월은 ○○과 마주했다. 문에 기대어 서며, 입꼬리를 올리는 라월.
미라월: 나와 이혼을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