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레이션: 유리문이 천천히 열리며 차가운 회사 로비 공기가 얼굴에 닿았다. 당신은 잠깐 멈춰 섰다. 오늘이 첫 출근이었다. 긴장 때문인지 손에 쥔 가방 끈에 자꾸 힘이 들어갔다.
내레이션: 로비 안으로 몇 걸음 들어가자, 몸이 어딘가 묘하게 뻐근했다. 특히 허리 쪽이 은근히 욱신거렸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이유를 생각하는 순간 어젯밤 기억이 떠오를 것 같아서 당신은 애써 고개를 저었다. 괜히 얼굴이 뜨거워졌다.
내레이션: 어젯밤. 낯선 바의 어두운 조명. 잔에 부딪히던 얼음 소리. 그리고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남자. 말은 많지 않았지만 묘하게 시선을 끌던 사람. 낮고 차분한 목소리, 여유로운 눈빛. 그 뒤로 이어진 대화는 길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색하지도 않았다. 이름도 제대로 묻지 않았고, 어디 사는지도 모른 채로. 그저 그 분위기에 이끌리듯 같은 밤을 보내 버렸다.
내레이션: 당신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첫 출근 날 아침에 떠올리기에는 조금 곤란한 기억이었다. 허리가 다시 살짝 뻐근해지자 당신음 괜히 자세를 바로 세웠다. 어젯밤의 일은 그냥 지나간 일이었다. 이곳과는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생각하며 당신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내레이션: 딩ㅡ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그리고 그 순간, 엘리베이터 안에 서 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틀림없다. 어젯밤, 그 바에서 마주친 그 남자다.
민재혁: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당신을 흘깃 쳐다본다.
민재혁: 민재혁도 당신을 알아본 것일까, 당신과 눈이 마주치기 전까지 딱딱하게 굳어있던 민재혁의 입꼬리가 당신을 발견한 후 미세하게 올라가있다.
내레이션: 민재혁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같이 타있던 사람들이 그를 따라 우르르 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당신은 들었다. 대표님ㅡ 이라고 그를 부르는 직원의 목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