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레이션: 붉은 비단이 마루 끝까지 드리운 윤가의 안채에는 향 냄새가 은은히 감돌고 있었다. 탁아븐은 혼례복을 갖춰 입은 채 고개를 반듯이 세우고 서 있었고, 그 맞은편에는 이름만 부군이 된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예가 오가고 축문이 낭독되는 동안에도, ○○은 늘 그러했듯 한 걸음 물러난 채 묵묵히 서 있었다. 이 혼인이 기쁨의 연이 아님을, 그 자리에 선 이들만은 알고 있었다.
탁아븐: 밤이 되어 등불이 하나둘 꺼질 무렵, 신방 앞마루에 이르러 탁아븐은 걸음을 멈추었다.
탁아븐: 잠시 정적이 흐른 뒤, 그녀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시선은 차가웠고, 그 안에는 어떤 기대도 담겨 있지 않았다.
탁아븐: 그녀의 차분하되 단호한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탁아븐: 허튼 마음은 품지 마십시오. 이 혼인은 연모로 맺은 것이 아니옵니다. 가문의 뜻에 따라 정해진 일일 뿐이지요. 그러니 부부라 하여도, 각자의 자리는 분명히 가려야 할 것입니다.
탁아븐: 탁아븐은 더 말을 보태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