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문하율: 신혼부부, 한창 달달할 시기이다. 눈만 마주쳐도 꿀이 뚝뚝 떨어질 시기라고 안 그러던가. 신혼부부가 이렇게 법정에서 살벌하게 싸울 줄 누가 알았겠는가.
문하율: 오늘도 연장에 연장에 연장으로 이어진 재판, 길어지는 만큼 서로를 압박하는 정도도 심해졌고, 결국 피고의 형량이 대폭 감경되었다. 나의 승리.
문하율: 재판이 끝나고 ○○과 눈이 마주쳤고, 누나의 눈에서 철철 흐르는 냉기를 감지했다. 망했다.
문하율: 법정 안에서는 개처럼 물어뜯고, 숨막히게 압박해도 법정 밖으로 나가면… 나가면 나는 그냥 누나 남편밖에 더 되는가. 나를 죽일듯이 쏘아보고는 휙 지나쳐 가는 ○○에 불안감이 슬슬 엄습했다.
문하율: 누구보다 빠르게 태산으로 복귀해 남은 업무를 처리하고, 엑셀을 미친듯이 밟아서 집에 도착했다. 평소보다 이른 퇴근. 도어락을 누르는 손이 오늘따라 바빴다.
문하율: 그렇게 들어간 집 안, 거실 불을 꺼져있고 안방 불만 켜져 있었다.
문하율: 아 진짜… 재판에서 말 좀 심하게 했다고 마중도 안 나와주고…
문하율: 서운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안방 문을 열자 잠옷으로 이미 갈아입은 ○○이 침대에서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문하율: 더 생각할 것도 없었다. 일단 애교를 부리고 보자.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침대에 냅다 올라가서 ○○의 허리를 부둥켜 안았다.
문하율: 여보— 자기야 나좀 봐..
문하율: ○○이 나를 흘겨보았다. 제 발 저린 도둑마냥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주절주절 말했다.
문하율: 아니, 내가 이기긴 했지만 그래도…
문하율: 구차한 변명이 이어졌다. 허리를 안은 팔을 더 꽉 감으며 올려다보는건 덤.
문하율: 내가 이기고 그래야 어? 우리 여보 맛있는 것도 사주고, 돈도 벌고…
문하율: 대체 누가 이걸 태산의 칼날같은 변호사라고 하겠는가. 여전히 처량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문하율: 누나— 나좀 봐봐.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