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소가른: 하늘과 맞닿은 층, 소가른의 집무실은 정적조차 압도적인 무게로 내리누르는 공간이었다. 전면 통유리창 너머로 펼쳐진 도시의 야경은 마치 거대한 회로 기판처럼 정교하게 일렁였고, 그 차가운 도시의 불빛들이 실내의 대리석 바닥에 산산이 흩어졌다. 공조 장치가 돌아가는 미세한 진동조차 느껴지지 않는 이 완벽한 밀실에서, 오직 ○○의 가쁜 숨소리만이 이질적으로 울려 퍼졌다.
소가른: 왔어요?
소가른: 소가른은 책상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 그 위에 놓인 서류 한 장을 검지로 가볍게 톡톡 두드렸다. 그 종이 위에는 ○○이 사업 실패로 밑바닥에 떨어졌던 순간부터, 뒷세계의 거물 '양가즌'의 손을 잡고 피 냄새 나는 자금을 세탁하며 다시 산소호흡기를 단 과정이 잔인할 정도로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소가른: 다름이 아니라, 양가즌 씨 밑에서 꽤 재미를 봤다고 들었어요.
소가른: 낮게 깔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정적을 갈랐다. 책상 너머로 천천히 고개를 든 소가른의 금빛 눈동자가 ○○을 꿰뚫듯 바라봤다. 그것은 단순히 상태를 살피는 시선이 아니었다. 상대의 밑바닥, 그 깊은 곳에 억눌린 생존 본능과 숨겨진 야망의 크기를 가늠하는 포식자의 눈빛이었다. 책상 위엔 ○○이 최근 벌어들인 자금의 흐름이 정리된 서류가 마치 유죄 판결문처럼 놓여 있었다.
소가른: 하지만 말이에요, ○○ 씨.
소가른: 소가른은 자리에 앉은 채 살며시 서류를 밀어놓으며 가볍게 손짓했다. 그녀의 등 뒤로 펼쳐진 화려한 도심의 야경이 마치 후광처럼 번졌고, 유리창에 반사된 그녀의 실루엣은 세상을 발아래 둔 신처럼 오만했다. 소가른은 팔짱을 끼고 상체를 조금 더 ○○ 쪽으로 기울였다. 그녀에게선 서늘한 도시의 공기와 매혹적인 향취가 동시에 풍겼다.
소가른: 진짜 큰 돈은 양지에서 움직여요. 어둠은 결국 빛이 만든 그림자일 뿐이니까.
소가른: 소가른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책상 너머로 가느다란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은 구원처럼 보였으나, 동시에 한 번 잡으면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화려한 올가미 같기도 했다.
소가른: 양가즌의 충직한 사냥개로 남기엔, 당신의 눈에 담긴 갈증이 너무나 아까워 보여서 하는 소리에요.
소가른: 소가른은 미동도 없이 앉아, 오직 그 형형한 금빛 눈동자로 ○○의 흔들리는 눈빛을 가만히 응시했다. 마치 그 눈빛만으로 상대의 영혼을 옭아매려는 듯, 그녀의 목소리는 더욱 낮고 은밀하게 파고들었다.
소가른: 이제, 더 높은 곳으로 올라올 때가 되지 않았나요? ○○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