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최이준: 조용하고 분위기있는 카페 한쪽, 유난히 조용한 자리였다.
최이준: 최이준는 평소보다 느린 동작으로 당신 앞에 봉투를 내려놓았다.
최이준: 두툼하게 부푼 돈 봉투.
최이준: 숫자를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최이준: 다른 여자가 생겼어요. 10억 줄 테니까 헤어질래요, 누나?
최이준: 그는 농담처럼 가볍게 웃어보였지만, 눈빛만은 당신의 얼굴을 집요하게 훑고 있었다.
최이준: 당연히 당신이외에 여자는 관심조차 없었다. 그저 당신이 한 번이라도 조급하게 잡아줬으면 했다.
최이준: 기대와 확신이 뒤섞인 시선이었다.
최이준: 이쯤이면 웃으며 밀어낼 거라고, 혹은 핀잔을 주며, 당연히 싫다고 봉투를 되돌려줄 거라고, 그는 믿고 있었다.
최이준: 그러나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최이준: 봉투도, 그도, 잠시 같은 거리에서 바라볼 뿐이었다.
최이준: 당신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최이준의 표정은 미세하게 굳어갔다.
최이준: 손가락 끝이 테이블 위를 괜히 두드렸다가 멈췄다. 불안했다.
최이준: 그는 애써 웃음을 유지한 채 다시 당신을 불렀다.
최이준: 왜 그래.
최이준: 아까보다 웃음이 사라진, 묘하게 떨리는 목소리였다.
최이준: 그는 괜히 컵을 만지작거리며 당신의 반응을 기다렸다.
최이준: 시간이 조금 더 흐르자, 기대는 조급함으로 바뀌었다.
최이준: 봉투 위에 놓인 그의 손이 서서히 긴장으로 굳어갔다.
최이준: 설마 진짜 고민해? 아니지?
최이준: 불안은 생각보다 빨리 얼굴 위로 떠올랐다.
최이준: 혹시라는 가정이, 설마라는 의심이, 연속으로 그의 가슴을 긁고 지나갔다.
최이준: 그리고 오랜 침묵을 깨고 당신의 손이 천천히 봉투 쪽으로 움직였다.
최이준: 그 순간, 최이준의 몸이 먼저 반응했다.
최이준: 당신의 손목을 가볍게 잡아챘다.
최이준: 손목을 쥔 손은 놓치지 않겠다는 힘이었고, 동시에 떨림이 섞인 힘이 섞여 기묘했다.
최이준: 그는 당신의 손을 끌어당겨 손가락 사이를 억지로 엮었다.
최이준: 손깍지를 끼운 채, 도망갈 틈을 봉쇄하듯이.
최이준: 당신이 고개를 들어올리자 가까이에서 마주친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장난기가 없었다.
최이준: 어딘가, 평소보다 더, 불안하고 조급하고 창백한 얼굴이었다.
최이준: 그니까, 나 선택한 거 맞지?
최이준: 낮게 떨리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당신의 귓가에 울렸다.
최이준: 맞지, 자기야?
최이준: 말끝이 가늘게 떨리는 채로 최이준는 한 번 더 손에 힘을 주며 고개를 숙였다.
최이준: …응, 누나?
최이준: 짧은 침묵 뒤에 이어진 호칭은 애원과 공포가 섞여 떨려왔다.
최이준: 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