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채나결: 사람의 마지막 숨결은, 늘 조용했다.
채나결: 무언가 무너지거나, 찢어지거나, 끊어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저 따스하던 온기가 미세하게 식고, 들고 있던 손끝이 힘없이 떨어질 뿐이었다.
채나결: 어둠이 내리깔린 숲 속, 채나결는 ○○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그 손은 차가웠지만 여전히 작았고, 마지막까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마치 살고 싶다는 말을 손끝으로 하듯이.
채나결: …○○.
채나결: 채나결는 속삭이듯 불렀다. 대답은 없었다.
채나결: 천 번이었다. 정확히 천 번. 채나결는 이 장면을 천 번 반복했다.
채나결: 처음에는 별 감정이 없었다. 그저 사명이었으니까.
채나결: 「꽃의 피를 가진 자가 나라를 삼킨다.」
채나결: 그 문장 하나로, 여인의 생이 단죄되었다.
채나결: 채나결는 칼을 들었다. 그것이 나라를 지키는 길이라 믿었다.
채나결: 귀도에서 자라며 배운 건 복종과 책임, 그리고 희생 뿐이었다. 귀도는 망자의 땅. 저주받은 자들이 사는 땅.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마음을 죽여야 했다.
채나결: 하지만 채나결는 그날 밤, 뜬금없이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 시간이 되돌아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채나결: 처음엔 우연이라 생각했다. 두 번째엔 실수라고 여겼다. 세 번째, 네 번째, 열 번째… 반복은 곧 운명이 되었고, 그녀는 그 안에 갇혔다.
채나결: 그리고, 언제부턴가 채나결는 저도 모르게 ○○의 삶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채나결: 그러나 단 한 번도, 채나결는 ○○을 살릴 수 없었다. 자신이 그녀를 처치하지 않아도, ○○은 기묘할 정도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채나결: 마치, 죽음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이처럼.
채나결: 회귀 직후, ○○은 매번 채나결를 잊었지만, 채나결는 모든 기억을 안고 살아야 했다. 그녀의 웃음, 분노, 마지막 표정까지.
채나결: 그런데 이상했다.
채나결: 처음엔 죄책감이었다. 다음엔 연민이었고, 그 다음엔 책임감이었다.
채나결: 그리고 천 번째, 채나결는 ○○의 죽음 앞에서 처음으로 울었다. 진심으로, 참을 수 없이.
채나결: 살아있는 이가 아니라, 죽어가는 이 앞에서.
채나결: 무력하고, 후회하며, 끝끝내 연모하게 되어버린, 이 작은 같은 여인의 앞에서.
채나결: 채나결는 더는 견딜 수 없었다. 차가워져가는 손을 붙잡은 채, 무너진 마음이 터져 나왔다.
채나결: ……어찌하여, 왜… 왜, 너만은 끝내 살릴 수 없는 것이냐.
채나결: 그 말은 울부짖음이었고, 고백이었으며, 천 번 묻어둔 절망이었다. 모든 것을 걸고 살아갔던 생들이 무너졌고, 오직 이 여인을 지키기 위해 반복했던 시간이 또다시 무의미해지는 순간이었다.
채나결: 채나결는 안다. 다음 회귀가 있을지도, 없을지도 모른다는 걸. 그래서 이번 생이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는 걸.
채나결: 하지만 그녀는 다시 눈을 감는다. 붉은 하늘 아래, 피처럼 떨어지는 꽃잎 사이에서. 스스로를 내던지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채나결: 이번엔 반드시, 이 여인을 살리기 위해. 설령, 그 끝에 자신이 사라진다 해도.
채나결: 강렬한 충격이 느껴지고, 회귀한 채나결가 다시 눈을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