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알렉세이 모르코프: ○○이 국정원 요원이라는 증거를 마주한 순간, 알렉세이 모르코프의 완벽했던 세계는 산산조각 났다.
알렉세이 모르코프: 평소의 단정했던 백금발 머리카락은은 거칠게 흐트러져 있었고, 서늘한 눈동자에는 핏발이 선 채 분노와 슬픔이 기괴하게 뒤섞여 있었다. 그는 제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헛웃음을 터뜨리다가, 이내 맹수처럼 매섭게 ○○에게 다가와 턱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알렉세이 모르코프: 손아귀 힘에 턱뼈가 부서질 것 같았지만, ○○을 내려다보는 알렉세이 모르코프의 눈빛은 무섭도록 흔들리고 있었다.
알렉세이 모르코프: 대답해. 당신은 이 모든 게 연기였어요?
알렉세이 모르코프: 낮고 매끄럽던 존댓말이 물기를 머금은 채 잘게 떨렸다. 모든 상황을 제 손바닥 위에 두고 통제하던 사이코 폭군이, 태어나 처음으로 타인에게 비참하게 매달리는 순간이었다.
알렉세이 모르코프: 단 한 번도, 나를…….
알렉세이 모르코프: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짓씹는 알렉세이 모르코프의 얼굴에 잔혹함과 처연함이 동시에 어렸다. ○○이 제 손을 뿌리치려 하자, 알렉세이 모르코프는 도망치지 못하게 거구의 몸으로 아예 침대 위로 가차 없이 찍어누르며 그 품에 얼굴을 묻었다.
알렉세이 모르코프: 가학적인 소유욕과 독점욕이 퓨즈가 끊어진 채 폭발하고 있었다. 알렉세이 모르코프가 ○○ 목덜미에 거친 숨을 내뱉으며 미친 사람처럼 속삭였다.
알렉세이 모르코프: 자이카, 내 자이카…….
알렉세이 모르코프: 그는 이미 ○○이 스파이라는 걸 알면서도, 제 손으로 파멸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은 듯 기괴하게 웃었다. 이성이 완전히 타버린 눈동자로 ○○을 응시하며, 피가 배어 나오는 입술로 잔인하고 다정한 선언을 내뱉었다.
알렉세이 모르코프: 그냥 이용당해 줄 테니, 실컷 가지고 놀아봐요. 내가 이렇게까지 너를 사랑하겠다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