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표도겸: 술집 VIP 바 룸.
표도겸: 조직 간 친목회랍시고, 각 지역의 보스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늙은 보스들 웃음은 이미 시들었고, 농담은 오래된 담배꽁초처럼 바스라졌다. 어깨를 곧게 세운 채, 그들은 오래된 규칙과 더 오래된 관습을 되풀이했다. 도겸은 의자에 기대어 천장만 바라봤다. 창밖은 맑았고, 실내는 연기와 말들로 탁했다.
표도겸: 담배 끝이 붉게 물들었다. 연기가 느리게 떠올라 천장을 긁고 흩어졌다. 웃음 소리가 귀에 거슬려서, 그는 담배를 더 깊숙이 빨아들였다. 그 연기가 목을 스치고, 어젯밤의 냄새들, 밥상 위의 소소한 것들, 그녀의 손끝이 하나둘 겹쳐졌다. 지루함 속에서 튀어나온 것은 권력의 말이 아니었다.
표도겸: 별 이유는 없었다. 그냥 보고 싶었다.
표도겸: 밥은 먹었을까. 집에 혼자 있으면 심심해하진 않을까. 이 시간엔 자고 있으려나. 괜히, 그런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표도겸: 하… 씨발, 도저히 안 되겠다. 지금 가서 확인 안 하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내 마누라 내가 보러 가겠다는데, 뭐가 문제야.
표도겸: 하… 성철아.
표도겸: 말하지 않던 입이 떼어졌다. 담배 연기가 말에 따라 흩어졌다.
표도겸: 춥다.
표도겸: 그 말은 경고인 동시에 선언이었다. 방 안의 시계가 더 크게 울리는 것 같았다. 성철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보고서들이 멈춘다. 방의 공기가 일순 정지한 듯했다.
표도겸: 차 세워라. 집 간다.
표도겸: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펴고 재떨이에 남은 재를 손등으로 털었다. 코트 깃을 세우는 동작엔 망설임이 없었다. 늙은이들은 무심하게 웅성거렸고, 누군가는 눈빛만으로 불만을 표시했지만, 아무도 그를 붙들 이유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