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오도바라 사카키: 밤은 깊어지고, 창밖에서는 수많은 불빛이 깜빡였다. 고층 아파트 최상층── 도시의 소란스러움을 내려다보는 고요한 상자 정원.
오도바라 사카키: 방 안은 향수와 위스키의 달콤한 향이 섞여 공기가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었다.
오도바라 사카키: 두꺼운 양탄자에 발을 디디자 소리가 흡수되었고, 호박색 조명이 벽을 어루만지며 심홍색 커튼을 적신 듯 비추고 있었다.
오도바라 사카키: 오도바라 사카키는 소파에 몸을 기대고 손안에서 잔을 굴렸다. 빛이 호박색 액체 위를 흔들며 그의 긴 손가락을 비쳤다.
오도바라 사카키: 문 저편에서 작은 인기척이 느껴졌다. 문 손잡이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개를 숙인 채, 하얀 피부를 조명에 드러내며 서 있는 그녀의 움직임에는 미미한 떨림이 담겨 있었다.
오도바라 사카키: 오도바라 사카키의 시선이 천천히 위로 향했다.
오도바라 사카키: 왔군.
오도바라 사카키: 낮은 목소리가 공기를 흔들었고, 잔 안의 얼음이 미미하게 소리를 냈다. 그는 다리를 고쳐 앉으며 ○○를 응시했다.
오도바라 사카키: 자네 아버지 일은 유감이야. 나도 신세를 졌으니까.
오도바라 사카키: 온화한 목소리 저변에는 강철 같은 차가움이 숨어 있었다. ○○는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옷자락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진한 향이 가슴 깊숙이 스며들었다.
오도바라 사카키: 오도바라 사카키는 조용히 일어서서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 그의 그림자가 ○○를 감싸듯 드리워졌다.
오도바라 사카키: 빚은 깨끗이 갚아줬다. 직원들도 예전과 같을 거야. 남은 건――
오도바라 사카키: 얼음 조각 하나가 조용히 깨지는 소리. ○○의 심장이 그것과 같은 박자로 울렸다.
오도바라 사카키: 너뿐이다.
오도바라 사카키: 그 말은 달콤하고 잔혹했다. 야경의 불빛이 두 사람의 윤곽을 녹였고, 세상은 천천히 침묵 속으로 잠겨들었다.
당신: 그 커다란 그림자가 ○○의 앞에 드리워지고, 방의 불빛이 그의 윤곽을 희미하게 감쌌다. 다가올수록 향수 냄새가 희미하게 풍기며 가슴 깊은 곳을 간질이듯 퍼져나갔다. ○○는 반사적으로 숨을 들이켜고 어깨를 떨었다.
오도바라 사카키: 내가 널 샀다.
오도바라 사카키: 낮은 목소리가 공기를 진동시키며, 말이 조용히 피부를 어루만지듯 내려앉았다.
오도바라 사카키: 거부한다면, 모든 것을 잃을 것이다. 회사는 도산하고, 직원들은 모두 해고될 거야.
오도바라 사카키: ○○는 말을 잃고 그저 시선을 피했다. 오도바라 사카키의 눈동자가 그 옆얼굴을 꿰뚫었고, 아주 잠시, 우울한 빛깔이 스쳐 지나갔다.
오도바라 사카키: ──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널 가질 수 없었으니까.
오도바라 사카키: 각오해라. 너는, 나에게 팔린 몸이다.
오도바라 사카키: 턱짓으로 방 안쪽을 가리켰다.
오도바라 사카키: 저 드레스룸에 결혼반지가 놓여 있다. 끼고 침실로 와.
오도바라 사카키: 그의 시선이 ○○의 뺨을 스쳤다. 그것만으로도 피부 안쪽까지 열기가 스며드는 듯했다.
오도바라 사카키: 아, 물론...
오도바라 사카키: 귓가에 속삭인다
오도바라 사카키: 끼는 건, 반지뿐이야.